[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면서 영국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나섰다. 오미크론은 그간 중증 위험도는 낮다고 여겼지만 영국에서 첫 사망자까지 나왔다. 지난 7월 세계 최초로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했던 영국을 비롯한 백신 선도국들이 방역 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전 국민 대상 부스터샷(3차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각)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런던 소재의 한 백신 접종 의원을 방문해 오미크론 감염으로 최소 1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영국이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하루만이다. 영국에서는 지난달 27일 처음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확인된 이후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은 “런던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의 44%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다”며 “오미크론 변이가 수도를 지배하는 우세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기준 영국의 오미크론 신규 감염자는 1567명으로, 누적 4713명을 기록했다.
오미크론 감염에 따른 사망자가 나오면서 새 변이의 중증 위험도가 낮다고 단정하기도 어렵게 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오미크론이 가볍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보건안보청(UKHSA)에 따르면 잉글랜드 지역에서 현재까지 10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된 뒤 증상이 악화해 입원했다. 입원자의 연령대는 18~85세 사이로 다양하고, 대부분이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친 상태였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코로나 백신 3차 접종을 맞으려는 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
영국은 방역 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나섰다. 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18세 이상 모든 성인이 부스터샷 대상자가 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존슨 총리 계획대로 앞으로 3주 안에 모든 성인이 백신을 맞으려면 하루 100만명에게 추가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최대한의 재택근무, 실내 4000명 이상·실외 1만 명 이상 모일 시 의무적 백신 패스 또는 코로나19 음성 결과 서류 소지 등의 규정들이 재도입됐다. 경기장 내 관중석 거리두기와 관중들의 마스크 착용도 다시 시행할 예정이다.
오미크론 확산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은 영국과 덴마크를 여행금지 국가 명단에 올렸다. 이스라엘은 오미크론이 출현한 뒤 외국인의 입국을 발 빠르게 금지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 대부분에 대해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방역에 관련해 "적색국가"로 분류한 뒤 여행금지령을 내린 상태다. 이스라엘에서도 오미크론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을 시행한 이스라엘은 백신 4차 접종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보건부 최고 행정책임자인 나흐만 아쉬는 "백신 4차 접종 권고 가능성이 크지만 언제가 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3차 접종을 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우선 순위에 두기 위해서다.
이들 백신 접종 선도국은 부스터샷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차 접종만으로는 오미크론 변이 예방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셰바 메디컬센터와 보건부 산하 중앙 바이러스연구소는 “화이자 2차 접종 후 6개월이 지나면 델타 변이에 대한 중화 능력은 일부 유지됐지만,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중화 능력은 아예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스터샷으로 화이자를 다시 맞은 그룹에서 오미크론 중화 능력은 100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보건안전청(HSA)도 70~75% 확률로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와 델타변이 확진자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5주 전에 화이자를 접종완료한 사람은 델타변이와 오미크론 변이의 각각 60%, 40%씩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스터 샷을 맞을 경우 오미크론 변이 예방 확률이 70~75%까지 상승했다.
12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런던 다우닝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이 오미크론 변이의 파도에 직면해 있다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방어 강화를 위해 모든 18세 이상 국민에 대한 부스터 샷 접종을 올해 안에 끝내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