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제기된 메모리 반도체의 혹한기 진입 전망이 어긋났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연말까지도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견조한 데다, 내년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15일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1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고정거래가격은 3.71달러로 전달과 동일했다. 지난 10월 가격이 전달보다 9.51% 내려앉은 후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제조사들이 고객사와 대규모로 제품을 거래할 때 공급 가격을 말한다.
시장에선 D램 가격이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하락하다가 2분기 들어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내년 1분기 D램 고정거래가격이 전분기 대비 8~13%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제기된 메모리 반도체의 혹한기 진입 전망이 어긋났다. 사진/뉴시스
시장은 올 하반기 내내 반도체 고점론을 우려하며 연말부터 다운사이클(업황부진)에 진입할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했다.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가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의 겨울이 오고 있다"고 진단해 고점론 우려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이로 인해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정작 업계는 이같은 전망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이번 가격 하락은 전통적 비수기인 계절적 요인으로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잠깐의 가격 조정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에서다.
특히 트렌드포스의 전망대로 내년 1분기 가격이 최대 13% 하락한다고 해도 약 3.3달러로 작년 1월(3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 1년간 오른 가격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에 겨울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원래 전통적으로 연말과 연초에 가격이 하락한 후 2분기에 반등을 해왔는데, 예년처럼 가격이 하락한 것을 두고 겨울이 왔다는 표현은 과하다"고 말했다.
업계가 가격 하락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또 다른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의 견조한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 반도체 수출액은 120억4000만달러로 역대 11월 중 가장 높은 실적을 냈다. 7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돌파했고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반도체 업체들은 수요 증가를 대비해 장비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이 전년 대비 무려 44.7% 증가한 1030억달러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1% 증가한 1143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반도체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장비 구입을 통해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모습"이라며 "이제는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시장, 업계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