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내년 소비자물가가 2%대의 높은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관측이 나왔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병목, 국내 소비 확대 등 물가 경로 상 상방 리스크로 인해 상당 기간 고물가 기조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16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내년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 가격, 유가 등 공급 요인의 영향이 줄면서 올해보다는 조금 낮아지겠지만,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 상당 기간 물가안정목표를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2019년 이후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관련 보고서를 발간해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3% 상승하며 작년(0.5%)에 비해 오름폭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연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 소비자물가 오름폭 확대는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폭이 확대된데다 내구재, 외식 등을 중심으로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기조적 물가 흐름도 심상치 않다. 이는 외식 등 개인 서비스를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데 기인한다.
실제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까지 0%대에 머물다가, 경기 회복과 함께 점차 높아치며 최근 2% 내외 수준까지 오름폭이 확대됐다. 또 관리제외 근원물가를 포함한 6가지 기조적 물가 상승률은 작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1% 내외를 유지하다 올해 3월 이하 빠르게 높아지며 최근 2%대 중반까지 올랐다.
이 같은 여건을 감안해 한은은 향후 물가 경로 상에 상방 리스크가 다소 우세한 것으로 평가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은이 물가 수정 전망치를 내놓은 지 3주 만에 다시 수정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난 8월 예상한 1.5%에서 2%로 0.5%포인트 높인 바 있다.
아울러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1%를 상회한 데 이어 내년에는 2%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상당폭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내구재를 중심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국제 원자재 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글로벌 공급병목 장기화,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소비 회복세 강화,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 등은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국내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소비 회복세 둔화, 국제유가 하락 등은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최근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한은은 주요 기관의 전망을 빌어 동절기 이후 공급 제약이 점차 완화되면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대체로 하향 안정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에너지 수급불균형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기타 원자재 가격도 수급 여건 개선으로 점차 안정되겠지만, 위기 이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수출이 양호한 증가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민간 소비 회복 흐름이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유류세 인하 등으로 정부 정책 측면의 물가 하방 압력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은은 최근의 물가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16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내년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 가격, 유가 등 공급 요인의 영향이 줄면서 올해보다는 조금 낮아지겠지만,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 상당 기간 물가안정목표를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