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당과 메시지를 사전조율해야 한다는 지적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간의 과오에 대해 반성하고 쇄신을 다짐한 만큼 새롭게 나아가야 하는데, 조율에만 신경을 쓸 경우 다시 당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새로움과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는 고집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각종 정책에 대해 당과 철저히 협의하고 결정된 내용을 발표·집행하면 민주당에 대한 새로운 기대는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전두환 재평가 논란에 대해서는 "제 의도와 전혀 다르게 해석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다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저의 부족함"이라며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거나 이런 분들이 계실 수 있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 숙였다. 그러면서도 발언의 일부만 떼어 과장됐다며 "오해"라고 항변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칠곡에서 "모든 정치인은 공과가 공존한다. 전두환도 공과가 공존한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3저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 생명을 해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결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중대범죄"라고 지적했다.
전씨에 대한 재평가는 당과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돌발 발언으로 지역표심만 의식, 당 정체성을 흔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상민 의원은 "아무리 우리당 후보라 해도 아닌 것은 아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고, 이 후보의 오랜 지기인 정성호 의원조차 "필요가 없는 말, 부적절한 표현을 했다"며 "동의하지 않는다"고 제어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를 놓고도 충돌이 빚어졌다. 이상민 의원은 "여당이 정부와 반대되는 입장으로 갑자기 바꿀 수 있냐"며 "지난번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이 되겠다고 해서 질겁했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고 '민주당의 이재명'"이라고 질타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날 한 라디오에서 "시장 메시지에 혼선이 생길 것"이라며 "다시 정책을 되돌리게 되면 정책에 대한 일관성이 흐트러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오히려 매물이 안 나오고 잠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내사령탑인 윤호중 원내대표도 "당의 방침이 정해진 게 없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정책은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실현하는 측면도 있지만 국민들의 현실적인 요구와 필요를 듣는 것, 만족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고 정부도 반대 입장"이라면서도 "이것은 매우 오랫동안 협의하고 이견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지만 당 지도부와는 교감한 후 이야기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정치적 차별화지 문재인정부 공격이 아니다"
이 후보는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 행보에 대해서는 청출어람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정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저는)민주당의 뿌리에서 나온 다른 줄기라서 본질은 바뀔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차별화를 이야기하는 것이지, 문재인정부를 공격하는 게 아니다. 본질적으로 같고 잘한 것은 승계하고 잘못된 것은 고치고 필요한 것은 더 하는 청출어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런 차원에서 이 후보는 문재인정부의 노동정책을 계승, 실천하겠다고 했다. 다만, 방점은 '실천'에 찍었다. 그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며 "문제는 실천"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는 문재인정부에서 약속한 '산업재해 사망률 감축', '전국민 고용보험 정책'을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보시는 것과 달리 참모진과 주변의 의견을 신중하게 잘 받아들인다"며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고 웃어보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아들 불법도박 논란…이재명, 사실 인정과 함께 "사죄드린다"
이 후보는 아들의 불법도박 논란에 대해서는 사죄와 함께 형사적 처벌에 대한 책임도 지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이날 오전 이 후보 아들의 불법도박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는 4시간여 만에 입장문을 내고 "언론보도에 나온 당사자는 제 아들이 맞다"며 "제 아들의 못난 행동에 대해서 실망하셨을 분들께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빠르게 사실을 인정, 사과했다.
이 후보의 아들 동호씨도 뒤이어 입장문을 내고 "저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상처 입고 실망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반성하며 당사자로서 모든 일에 대해 책임지고 속죄의 시간을 갖겠다"고 머리 숙였다.
이 후보는 아들의 불법도박이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면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의 운명을 책임지는 사람을 검증하는 것이라서 가족에 대한 무한검증이 불가피하다"며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면 선택의 여지 없이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들 관련한 추가 의혹 여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저는 그 사실(불법도박)도 놀랐다"며 "작년 7월부터는 안 했다고 하는데 그 외에 한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외 이야기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