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안지현기자] "대출 수요가 어느 정도 늘겠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지난 29일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를 사실상 '전면해제'했지만 금융권에서는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쉬쉬하고 있다. DTI 규제 완화이후 30일 증시에서 건설, 은행관련주가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급등하고 있는데 반해 은행들이 DTI 효과가 제한적 수준에 그친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
◇ "직접 수요 늘지 않을 것"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지난해 LTV,DTI규제가 나오면서 투자목적 주택구입 시장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며 "투자를 위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주택담보 대출 수요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부동산 침체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세가 멈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희철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 차장은 "부동산 침체 속에서 대출 한도만 늘어난다고 해서 직접적인 수요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의문이다"며 "다만 주택시장 성수기인 9,10월을 앞두고 이러한 정책이 나왔기 때문에 조금은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건선성 우려와 관련해 임 팀장은 "은행은 신용등급이 안 좋은 경우 소득대비 대출 심사기준을 따로 갖고 있다"며 "DTI완화가 은행권 자산건전성을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의 기한이 짧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효과를 보기에는 기한이 짧은 편"이라며 "적어도 1년 정도의 시간을 둬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주택담보 증가세에 연체율 상승도
최근 주택담보대출 관련 통계 때문에 금융권이 대출을 꺼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에 따르면 7월 주택대출 연체율은 0.53%를 기록, 1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올 2분기 은행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5.2%(273조2천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DTI규제 완화 전에도 주택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정체현상을 보였다. 수요가 늘어난 쪽은 명목상 집단대출, 생활안정자금을 위한 대출 등이었다.
실제 지난 5월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6조3000억원 가량 늘어 3년 5개월만에 최대증가폭을 기록하는 등 이상현상을 보였는데 당시 한국은행은 "(주택수요가 아닌)
삼성생명(032830),
만도(060980) 등 공모주 청약에 따른 일시적 대출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역시 "DTI완화 조치가 시행되지만 일가구일주택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가 (과다대출을) 제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출자들의 DTI 비율은 한도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서울지역 DTI 평균 비율은 23%, 서초·송파·강남구 등 강남 3구가 30%로 DTI 한도인 40~50%보다 낮다.
결국 DTI규제가 완화돼도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예측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고, 은행 역시 쉽게 대출을 늘리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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