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허위경력 논란에 대해 '단순 오기'라는 식의 해명을 거듭하면서 역풍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가 직접 사과를 한 마당에, 이를 되돌리는 듯한 뉘앙스를 주면서 윤 후보의 공정 가치도 크게 훼손이 됐다.
20일 중앙선대위 한 관계자는 "조국 사태는 표창을 안 받았는데 받은 것처럼 해 잘못이고, 김씨는 침소봉대한 면이 있다"며 그 차이를 강조하면서도 "윤 후보의 공정과 상식에 타격을 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낮은 자세가 필요한 것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여기서 더 사과하면 '다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꼴이 돼 여당 공세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해명의 내용이다. 김씨의 허위이력 의혹에 대해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되레 말장난 같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예를 들어, '김씨의 삼성미술관 전시 이력이 없다'는 의혹이 일자, 선대위는 "삼성갤러리 전시관에서 인물화를 주제로 한 Humanscape.com전(단체전)"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술관 전시와 갤러리 전시는 급이 다르다는 게 미술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또 '다르게 쓴 것은 사실이지만 허위로 부풀린 것은 아니다'는 식의 해명도 논란이다. 김씨를 전담마크하고 있는 최지현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은 "삼성플라자 갤러리를 삼성미술관으로 표기하고, 인물화를 뜻하는 Portrait(Portrate는 단순오기)로 전시명을 다르게 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확한 기재로 볼 수는 없으나 이력을 허위로 쓰거나 부풀렸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김씨가 한림성심대학교에서 2001~2004년 디자인 관련 수업을 했다는 게 사실이지만, 정작 캠프 공보팀이 공유한 자료에는 '한림대 출강'으로 표기돼 있다. 한림대는 4년제 종합대이고, 한림성심대는 전문대라는 차이가 있다. 허위이력 반박 팸플릿에 되레 사실과 다른 경력이 또 발견된 것.
민주당은 김씨의 허위경력 의혹과 관련한 윤 후보의 해명을 '내로남불'로 규정,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윤 후보가 신정아 전 교수 학력 위조 사건을 파견검사로 수사했던 점을 거론하며 "이중 잣대가 정말 공정하고 상식적인 것이냐"고 따졌다. 현근택 대변인은 "윤 후보가 대선에 출마한 명분이 정의와 공정, 상식이었다"며 "윤로남불"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지적처럼 윤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명분이 공정과 상식인 만큼 배우자 논란을 대하는 태도가 그의 명분을 훼손했다는 지적 또한 피할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당시 위조된 표창장을 찾겠다고 검찰력을 총동원해 조국 사태를 촉발한 장본인이다. 윤 후보는 이를 계기로 청와대와 각을 세우며 반문의 상징이자 살아있는 권력에 대항한 정의검사의 상징이 됐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재차 사과할 수는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 한 목소리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선대위 내부에선 "지금 다시 사과하면 잘못하지 않은 것까지 다 인정한 게 돼버린다"는 주장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기되는 의혹에 대대적인 반격을 하기에도, 잘못을 완전히 사과하기에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언제든 위기가 올 수 있지만 이재명 후보는 아들 문제 때 법적 책임까지 거론하며 '죄송하다'고 바로 사과해 돌파했다"며 "이로 인해 이 후보의 아들은 국민적 관심이 적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영부인은 기준 자체가 다르다"며 예산과 인력을 지원받고 각 국 순방에 대통령과 동행하는 등 정치적 지위와 상징성 커 "김씨가 직접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대선실천단이 20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 자택 앞에서 김건희 구속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