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물가 압력도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는 선진국에 비해 병목 현상에 따른 파급 효과가 크지 않지만, 추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1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공급 병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 세계적으로 재화 소비를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 반해 공급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빚어지면서, 주요국의 물가 오름세는 크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내구재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됐던 공급 병목은 에너지 등 업 스트림과 물류 등 다운 스트림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주요국의 물가 전망도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미국의 내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8월 2.9%였지만, 불과 4개월 만인 12월 4.2%로 상향됐다. 같은 기간 영국도 2.7%에서 4.1%로 1.4%포인트나 전망치가 조정됐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유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저탄소·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에너지 수급불균형이 장기화할 경우 전력난 등 여타 부문의 공급 차질로 이어져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은 관계자는 "에너지 가격은 동절기 난방 수요가 줄어드는 내년 2분기 이후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라면서도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수급불균형이 장기화되면서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공급망을 매개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경로를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이 반복적으로 파급될 우려도 있다"고 진단했다.
수급불균형으로 크게 오른 축산물 및 내구재 가격도 소비자 물가 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축산물 가격은 인력난, 물류 비용 상승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 차질로 육류를 중심으로 상당폭 상승했다. 이는 재료비 인상을 통해 가공식품 가격, 외식 물가에 대한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내구재 가격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해상 물류 지체 등으로 주요 선진국에서 자동차를 중심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국에 비해 상승폭이 제한적이지만 점차 공급 병목의 영향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다만 노동 공급 부족 심화로 임금 삼승이 물가에 반영되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노동 수급불균형 정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한은은 임금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은 급격히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도 병목 현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주요 선진국에 비해 파급력이 크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이 보다 장기화할 경우 국내에도 그 영향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특히 공급 병목 장기화로 인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해질 경우 수요·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예상보다 커지면서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이 21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공급 병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 세계적으로 재화 소비를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 반해 공급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빚어지면서, 주요국의 물가 오름세는 크게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대형 마트를 찾은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