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최태원 '실트론' 직접 소명에도 '사익편취'…공정위, 16억 처벌

최태원 회장, SK실트론 지분 인수 '사익편취' 결론
SK, 특수관계인에 '사업기회' 제공
최 회장 취득 주식 가치 1967억원↑
과징금 처벌 했지만 검찰 고발은 안해

입력 : 2021-12-22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옛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사익편취 혐의에 대해 공정당국이 ‘위법’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SK 그룹이 LG실트론 지분 전부를 싸게 사들일 수 있는데도 최 회장의 주식 취득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등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제공했다는 판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그룹 지주회사인 주식회사 SK가 SK실트론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6억원을 부과한다고 22일 밝혔다. 즉, 제공 주체인 SK와 제공 객체인 최태원 회장에 대해 각각 8억원을 결정한 조치다. 결국 매출액이 없는 경우 2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정액과징금에 따라 과징금이 20억원 이내로 산정된 경우다.
 
조사 내용을 보면 SK는 지난 2017년 1월 반도체 소재 산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목적으로 LG그룹 계열사이던 SK실트론 지분 51%를 취득했다.
 
같은해 3월 SK는 유력한 2대 주주가 출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추가 지분을 인수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KTB(19.6%)와 우리은행(29.4%)이 공동매각 추진을 논의하던 실트론 잔여주식 49% 중 일부를 우선 매입했다. 나머지의 매입 여부는 추후 결정하기로 하는 내용의 인수전략을 수립했다.
 
이후 SK는 KTB와 우선 접촉해 몇 차례 협상을 거쳐 KTB가 보유한 지분 19.6%를 취득하기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은 KTB가 공동매각을 거절하자, 자신들이 보유한 실트론 주식 29.4%의 단독매각 입찰을 공고했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SK 이사들이 참석한 월간회의에서 해당 사실을 들은 후 비서실에 자신의 입찰참여 검토를 지시했다. 법무실이 이를 검토해 최 회장에게 보고했다.
 
이후 최 최장은 입찰참여 전 SK 대표이사인 장동현에게 SK의 입찰참여 의사를 확인했다. 하지만 장 사장은 SK가 잔여주식을 인수할지 검토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수관계인인 최 회장이 인수 의사를 묻자 '인수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그 결과 최 회장은 단독 적격투자자로 선정된 후 같은 해 2017년 8월 해당 주식을 총수익교환 방식(TRS·Total Return Swap)으로 취득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놓고 사업기회에 해당하는 여부를 비롯한 SK의 사업기회 인지 여부, SK가 사업기회를 제공했는지 여부, 사업기회를 합리적 사유로 포기했는지 여부,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는지 여부 등 5개 분야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판단했다. 
 
'실트론 주식 29.4%를 취득할 기회'는 소수지분 취득이 사업기회가 아닌 단순한 재무적 투자기회라는 일부 견해도 있으나 공정거래 법령에 사업기회의 범위를 경영권 취득과 연관되는 것으로 국한하는 규정이 없다. 다수의 논문 등에서 지배주주의 소수지분 취득도 상법상 사업기회에 해당한다고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업기회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SK의 사업기회 인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SK가 실트론 주식 70.6%를 이미 취득한 상태에서 나머지 지분 29.4%를 취득할 기회는 이미 수행하고 있는 사업과 연관성이 매우 크다는 판단이다. 2016년 12월 실트론 경영권 인수 검토 당시 1조1000억원이던 실트론의 기업가치가 2020년 3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에 잔여주식 29.4%에 대해서도 취득 시 해당 지분율 만큼의 추가적 이익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아울러 'SK가 사업기회를 제공했는지'에 대해서는 SK가 실트론 주식 29.4%를 취득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었음에도 최 회장의 지분인수 행위를 묵인했다고 봤다. 합리적 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인수를 포기하는 등 해당 사건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 최 회장에게 제공했다는 얘기다.
 
'SK가 사업기회를 합리적 사유로 포기했는지'에 대해서는 당시 SK가 사업기회를 대표이사이자 지배주주가 취득하려는 이익충돌 상황에 놓여 있었음에도 관련 상법상의 의사결정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봤다. 최태원의 지배력 밑에 있는 대표이사의 검토·결정만으로 사업기회를 포기하면서 절차적·실질적 측면 모두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최 회장이 취득한 주식 가치 역시 2017년 대비 2020년 말 기준으로 약 1967억원이 상승해 최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다고 밝혔다.
 
SK와 최 회장에 대한 검찰 미고발과 관련해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 국장은 "상법이 요구하는 이사회 승인절차 흠결 등 절차 위반에 기인한다"며 "위반행위의 정도가 중대·명백하다고 보기 어렵고, 동일인 최 회장이 SK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주주의 소수지분 취득행위를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의 제공이나 상법상 회사 기회 이용으로 판단한 법원과 공정위의 선례가 없고, 이 사건이 사실상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명확한 법 위반 인식하고 행해진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검찰 고발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액과징금과 관련해서는 "이번 사건과 같이 제공 대상인 사업기회가 주식 취득 기회 등인 경우 사업기회 제공 당시의 가치와 미실현 이익을 포함한 법 위반금액의 상정이 어려워 과징금액에 반영되지 못하는 불합리함이 있는 점을 고려해 향후 이를 개선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K 측은 "SK실트론 사건에 대해 충실하게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의결서를 받는대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그룹 지주회사인 주식회사 SK가 SK실트론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행위가 현행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출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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