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한국 'NCM(삼원계 배터리)'이 전기차 표준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그간 부피가 크고 주행거리가 짧아 배척당했던 LFP가 저렴한 가격과 화재 위험성이 낮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고 있는 상황이다. 테슬라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LFP 채택이 늘자 NCM에 주력해왔던 국내 배터리 3사의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최근 발주한 내년 배터리 물량 55GWh를 중국 배터리업체인 CATL(45GWh)과 BYD(10GWh)가 전량 수주했다. 이는 테슬라 모델3와 모델Y를 100만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삼원계가 최대 90%까지 충전이 되는 것에 비해 LFP는 100%까지 충전이 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LFP를 더 선호한다"면서 공개적으로 'LFP 예찬론'을 펼쳐온 바 있다.
LFP 배터리 진영에 합류하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 자동차 회사 토요타는 내년 공개 예정인 소형 세단 전기차에 BYD의 리튬인산철(LFP)배터리를 사용한다. 폭스바겐은 2023년, 다임러는 2024년부터 일부 전기차량에 LFP배터리를 도입할 예정이다.
중국이 주로 생산하는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NCM 배터리의 70% 수준이며 무게도 무겁고 주행거리가 짧다. 반면 양극재로 리튬과 값싼 철과 인을 사용해 가격이 저렴하고 화재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게 장점으로 꼽힌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 디자이너
반면 국내 업체들은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 시간이 짧은 전기차가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NCM 배터리를 선호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006400) 등 국내 업체들은 NCM을 기반으로 한 단계 더 진보한 NCA까지 개발하며 삼원계 배터리 개발에 집중해 왔다. 다만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의 양극재를 쓰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고 NCM 배터리는 최근 화재로 인해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국내 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온은 이미 LFP 배터리 생산을 공식화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한해 우선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도 배터리 3사중에서 삼성SDI를 제외한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이 LF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며 "LFP 개발 난이도가 NCM 보다 훨씬 낮기때문에 조만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NCM과 LFP의 가격차가 줄면서 결국 LFP의 효용성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NCM811 배터리 1㎾h당 원재료 가격은 63달러, LFP는 50달러로 13달러 차이에서 올해 10월 기준 6.6달러까지 줄었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LFP와 NCM 배터리의 원재료 가격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며 "오히려 NCM 배터리 원재료 가격이 16% 오르는 동안 LFP는 33% 상승했다"며 "재료 가격이 움직이다 보니 향후 LFP 진출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규모는 2020년 약 54조원에서 2030년 약 411조원으로 8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