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패배 위기감에 김건희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달라"(종합)

A4 3장·6분가량 대국민사과문 발표…'남편' 윤석열 언급 때 울먹이기도

입력 : 2021-12-26 오후 5:11:29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공개석상에 등장해 자신을 둘러싼 허위경력 의혹과 관련해 사과했다. 윤 후보의 대선 기치였던 '공정' 가치에 크게 흠집이 난 상황에서, 늦었지만 직접 대국민사과를 통해 현 위기를 타개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김씨는 26일 오후 3시,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 "1년 전만 해도 이렇게 많은 기자와 카메라 앞에서 대통령 후보 아내라고 소개할 줄은 감히 상상도 못했다"며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인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브리핑실에서 그동안 불거진 허위 경력 의혹에 사과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인 김건희씨. 사진/김동현 기자
김씨는 대학 시간강사·겸임교수 임용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학업 및 근무 경력·수상 이력 등을 허위로 부풀려 기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설립되지 않은 협회나 사업장에서 근무한 경력이나 단체로 받은 작품 수상 이력을 단독으로 수상한 것으로 바꿔 적는 등 경력 부풀리기 논란이 거셌다. '조국 사태'를 촉발한 표창장 위조까지 소환되며 형평성 논란이 일었고, 이는 급기야 조국 사태를 계기로 대선후보 반열에 오른 윤 후보의 '공정' 가치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김씨는 이날 A4 3장 분량의 사과문을 약 6분 동안 차분히 읽어내려갔다. 그는 "과거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고 했다. 시종일관 반듯한 자세로 사과문을 읽던 그는 중간중간 남편 윤석열 후보를 언급할 때 울먹이는가 하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결혼 이후 남편이 겪는 모든 고통이 다 저의 탓으로만 생각했다"고 언급한 대목에선 입술을 깨물었다.
 
이날 김씨의 사과는 김씨가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지 11일 만이다. 김씨는 지난 14일 한국게임산업협회 허위경력 의혹이 불거지자, 당일 기자들 카메라를 피해 얼굴을 가리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하루 뒤인 15일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했지만 사과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윤 후보가 지난 17일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그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한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어떤 경력이 허위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선대위가 기자들에게 배포한 '김건희 대표 의혹에 대해 설명드립니다' 자료에는 그간 불거진 김씨 경력에 대해 '부정확한 표기', '오인할 수 있는 표기'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다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대상(2004년), 'Portrait' 삼성미술관 전시(2003년) 이력에 대해서는 각각 "단체 수상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부정확한 기재이자 잘못임", "전시경력을 부풀릴 생각은 아니었으나 삼성플라자 갤러리를 '삼성미술관'으로 쓴 것은 잘못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장남의 불법도박 의혹에 대해 즉각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대비되며, 국민의힘 선대위 내에서조차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이준석 대표, 이수정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김씨의 직접 사과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거부반응을 보였으나, 자신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등 더 이상 논란을 방치해서는 대선이 어렵다는 판단에 부인 김씨의 직접 사과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도 이 같은 위기감을 의식한 듯 "남편이 저 때문에 지금 너무 어려운 입장이 되어 두렵다.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만 평가 받을 수만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에 너무 가슴이 무너진다"며 "과거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며 "남은 선거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부디 노여움을 거둬달라. 잘못한 저 김건희를 욕하시더라도 그동안 너무나 어렵고 힘든 길 걸어온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사과를 끝맺었다. 
 
앞서 이날 오전 같은 자리에서 일자리·복지 정책을 발표한 윤 후보는 김씨의 사과 여부 등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일체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윤 후보와 대척점에 서며 선대위 내홍의 중심에 선 이준석 대표는 김씨 사과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후보자 배우자의 오늘 용기는 각자가 보기에 다소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제기된 김건희씨의 문제에 대한 국민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면서도 "오늘의 사과가 윤석열 후보 부부의 진심이길 기대한다"고 짧게 논평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브리핑실에서 일자리·복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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