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기자회견을 진행한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현재 검찰과 경찰 등에 입건된 관련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다만 김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잘못이 있었는지 밝히지 않아 수사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며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시간강사와 겸임교수로 강의한 한림성심대, 서일대, 수원여대, 안양대, 국민대 등 5개 학교에 제출한 교원 지원 이력서에 20여개의 경력 사항에 대해 허위사실을 기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일부는 허위인 것으로 확인된 상태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러한 허위 경력 의혹과 관련해 김씨에 대해 지난달 11일 상습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이달 14일 상습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각각 고발했다. 이들 사건은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수사대에 배당된 상태다.
사학개혁국본 등 또 다른 시민단체 20여곳도 지난 23일 윤 후보와 김씨를 사기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고발장에서 "대학 교원 임용과 관련한 허위·날조된 이력 제출은 사문서위조 등 처벌 대상이나, 공소시효(7년)는 지났을 수 있다"며 "그러나 사기의 공소시효(10년)는 안양대 허위 이력 제출부터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씨가 기자회견에서 시인한 부분은 정확한 사실관계가 아니라 전반적인 의혹을 거론한 것에 불과해 경찰 수사에서 직접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출신 김한규 변호사는 "김씨의 발언에는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안 나왔다"며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정례간담회에서 김씨 수사와 관련해 "서울청 반부패수사대에서 고발장을 접수했으며, 규정과 절차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기자회견에 대한 향후 수사 계획을 묻는 취재진에 "밝힐 수 없다"며 "원론적인 내용 외에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또 김씨 혐의의 공소시효에 대해서도 "전체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개별 행위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촛불혁명완성연대 등 10여개 시민단체는 이날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 부인, 장모와 그 일가, 측근들의 근거가 확실한 범죄와 비리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처럼 과잉·강제·위법·별건·먼지털기식 수사까지 할 것도 없이 법대로 철저히 하면 된다"면서 "법 앞에 평등이란 원칙을 따르는 것이 합법이며, 그렇지 않으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 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 김오수 검찰총장, 김창룡 경찰청장과 남구준 국가수사본부 본부장,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더불어민주당에 각각 따로 작성한 촉구문을 전달했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의혹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