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리튬인산철(LFP)배터리가 결국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삼원계(NCM) 배터리를 추월했다. 이는 NCM 배터리가 전기차에 널리 보급된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자동차업체들은 그간 LFP 배터리 대신 NCM 등 삼원계 배터리를 전기차에 채용해왔다. 삼원계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의 양극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값이 비싸지만 상대적으로 주행거리가 길고 부피가 작아 전기차에 적합한 배터리로 인식돼왔다. 다만 최근에는 이같은 NCM의 장점이 LFP 배터리 기술 개발로 상쇄되면서 저렴한 LFP 배터리 채택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 시장의 전기 배터리 설치 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3.1% 늘어난 128.3GWh(기가와트시)를 기록했다. 이는 1GWh가 2만대 분량을 생산한다고 가정했을 시 약 256만대에 달하는 수치다. 이 중 LFP 배터리의 누적 설치용량은 64.8GWh에 달한다. 같은 기간 NCM, NCA 등 삼원계 배터리는 63.3GWh를 기록하면서 LFP 배터리에 선두 자리를 내주게 됐다.
전기차는 전체 배터리 수요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소비량은 310GWh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상응하는 양극재 수요는 올해 약 60만4000톤을 기록한 이후 2025년에는 215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현재 상용화된 LFP, NCM, NCA 등의 배터리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으나 아직은 '시기상조'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널리 쓰이는 이들 제품이 전기차에 적용되기까지 실제로 수십 년이 걸린 만큼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쉽게 앞당기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들이 초소형 원통형 배터리(왼쪽)와 파우치형 배터리인 롱셀(오른쪽)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까지 경제성면에서 상용화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소형 전기차 등 저가 모델 위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1차적으로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인 뒤 2차적으로 원가 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삼원계 배터리의 70% 수준이며 무게도 무겁고 주행거리가 짧다는게 단점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발생한 삼원계 배터리의 잇따른 화재 사태로 인해 LFP의 안정성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기술 개발을 통해 주행거리가 상당거리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LFP 배터리 시장 성장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 공신부(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3에 CATL의 LFP배터리를 탑재한 경우 주행거리는 468km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NCM 배터리 탑재 차량(445km)과 일본 파나소닉의 NCA 배터리 탑재 차량(455km)과 불과 13~23km 차이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