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에 맞춰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에 대한 관심이 커진 요즘이다
. 주요 탄소흡수원 중 하나로 꼽히는 전국의
21개 국립공원을 전담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 1월 국립공원공단의 15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28일 진행한 <뉴스토마토>와의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다가오는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점을 첫 일성으로 내밀었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6%를 차지하는 국립공원은 매년 약 32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국가 전체 탄소 저장량의 10%에 달하는 56억톤을 수용하는 이른바 '탄소 저장고'다.
특히 공단이 설립된 지난 1987년 이래 최초의 환경부 출신 인사인 송 이사장은 그간 쌓아온 전문성과 행정력을 바탕으로 공단을 세계적인 보호지역 관리 전문기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다. 더욱이 그간 육상공원에 치중했던 공단 업무 영역을 해상·해안공원으로 넓힌다는 복안이다.
해당 지역은 자연환경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법적·제도적 한계와 불법 야영 및 낚시꾼들로 인한 훼손, 해양 쓰레기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다. 하지만 국립공원구역 지정을 둘러싼 지역민과의 갈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 1월 국립공원공단의 15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28일 진행한 <뉴스토마토>와의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다가오는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국립공원공단
최초의 환경부 출신 이사장인 만큼 외부의 기대도 크다. 임기 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게 있다면.
환경분야에서 오랜 시간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현재의 국립공원 관리 수준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세계적인 보호지역 관리 전문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초를 닦는 데 역량을 집중하려 한다.
먼저 육상공원 중심의 업무영역을 해상·해안공원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국립공원 관리 제도와 체계를 정비하고 개선할 계획이다. 또 해상·해안공원이 가진 특성을 반영한 법·제도를 마련하고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한 사업을 추진할 생각이다. 이와 함께 지정문화재 약 760건을 포함한 국립공원 문화자원을 공단이 주체적으로 발굴, 조사, 관리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도 개정할 예정이다. 현재 전국 13개소인 국가 지질공원 인증과 관리에 있어서도 공단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립공원 관리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넓은 지역을 한정된 인원이 관리하다 보니 때때로 개인의 경험에 의지하거나 국립공원 현장의 변화에 대한 빠른 파악이 어렵다. 때문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과학적 공원관리를 정착시키는 게 목표다. 이런 어려움을 인공지능(AI) 딥러닝, 드론과 같은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극복하고, 메타버스, 증강현실 등 다채로운 디지털 탐방 콘텐츠로 국민 만족을 실현할 생각이다. 또한 국민들이 안전하게 국립공원을 즐기실 수 있도록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심박수를 측정하는 스마트워치 안전관리 시스템 등 과학적 안전 관리에도 힘쓸 예정이다.
탄소중립 관련해 공단에서 추진 중인 사업이 있다면.
국립공원 내 농경지와 외래 조림지, 훼손지를 자연 숲으로 복원해 그린카본, 즉 육상 탄소흡수원을 확충하고, 해상형 국립공원에는 해초류와 같은 블루카본으로 훼손된 갯벌 등을 복원해 탄소 흡수원을 확대하고 있다. 국립공원 내 운행 차량도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대피소와 같은 공원 시설에 친환경 에너지 도입을 확대해 장기적으로 국립공원 내 탄소배출 제로(zero)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공단에서 운영 중인 야영장 수요도 상당한데, 야영장과 관련된 탄소중립 정책도 있는지.
올해 12월 10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약 한 달간 국립공원 야영장 3곳에서 '탄소중립 야영장'을 시범운영 중이다. 월악산 닷돈재, 소백산 삼가, 설악산 설악동 야영장 총 13개 영지에 태양광, 풍력, 자가발전 자전거를 설치해 4인 기준 야영객이 하루 야영 시 필요한 전기 약 10킬로와트(kW)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시범운영 기간 재생 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시범 운영이 끝나면 효과성을 측정한 후 다른 국립공원 야영장으로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1월 국립공원공단의 15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28일 진행한 <뉴스토마토>와의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다가오는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송형근 국립공원공원 이사장(오른쪽)이 한려해상국립공원 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국립공원공단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지역주민 민원 등 어려움도 많을 것 같은데.
다행히 많은 국민들께서 국립공원의 보전 가치에 대해 공감해 주신다. 다만 안타까운 건 공단이 규제만 한다는 인식이다. 이로 인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많은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좋은 사업과 정책 제안이 지역사회와 국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단은 국립공원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기 위한 방법을 계속 강구하고 있다.
공단 업무 특성상 젊은 직원들의 고생도 상당할 것 같다.
태백산, 지리산 등 대부분의 국립공원은 도시에서 떨어진 지역에 있다. 도시에서 생활하고 싶은 젊은 직원들에게는 그 자체가 어려운 환경일 수 있고, 결혼과 자녀의 출산·양육·교육까지 생각한다면 입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우수한 젊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근로환경 변화에 힘쓰고 있다.
현재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인데, 전 직원의 58%가 사용하고 있다. 또 '4주 이내 탄력근로제'를 활용해 개인이 업무량 또는 계획에 따라 4주간 휴일을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 불임·난임 휴직, 임신기 단축근무 및 병원진료 휴가, 자녀돌봄 휴가, 임신기를 포함한 육아휴직을 남녀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공단의 미래 성장동력은.
현재 제주, 부산 금정산, 대구·경북 팔공산 등에 대한 국립공원 지정이 추진 중이다. 신규 국립공원이 지정되면 이에 수반되는 파급효과가 발생하고, 새롭게 여러 사업들이 진행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공단 미래성장의 기초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국립공원을 포함해 도립·군립공원, 생태·경관보전지역, 그리고 공단에서 복원을 추진한 반달가슴곰의 서식 지역 등 우리나라 보호지역을 통합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립공원 지정 시 엄격한 규제 및 사유재산 침해 등으로 국립공원 지정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우리나라 여건상 사유지를 배제하고 국립공원을 지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사유지 소유자들에게 희생만을 요구할 수도 없다. 때문에 환경부와 공단에서는 올해부터 사유지 매수 예산을 대폭 늘려 사유지를 줄이고 있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주민지원사업의 확대, 생태계서비스직불제 도입 등 지역사회화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실행한다면 국립공원 지정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조금은 불편하시더라도 국립공원이 우리 모두의 소중한 자산임을 꼭 명심하셔서 자연 훼손과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국립공원을 즐겨주시길 당부드린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연 생태계이자 자원의 보고인 국립공원은 국민의 휴식공간이고, 우리 후손들에게 온전하게 물려줘야 할 자연유산이다.
곧 취임 1년이다. 지난 1년을 뒤돌아본다면.
28년 6개월간 환경부에서 근무하며 국립공원을 곁에서만 바라봤다. 직접 국립공원 관리에 뛰어들어 보니 생각지 못했던 어려움이 있었지만 보람된 순간이 많았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공단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지난 9월 '2030 국립공원 탄소중립 실천선언'으로 본격적인 탄소중립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