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정부가 국내 유료방송업계 상생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표준안, 지침 등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선계약 후공급' 원칙과 유료방송업계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었던 부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일명 '좀비 PP' 퇴출 방안도 명시됐다. 채널 대가 산정 기준은 사업자 합의 불발로 추가 협의 후 내년에 확정하기로 했다.
29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유료방송업계 상생협의체. 사진/배한님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9일 유료방송업계 상생협의체를 열고 '유료방송시장 채널 계약 및 콘텐츠 공급 절차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PP평가 기준 및 절차 표준안', '유료방송 이용약관 신고 및 수리 절차에 관한 지침'을 확정·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가이드라인에는 채널 계약 및 콘텐츠 공급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가 규정됐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 사업자 간 채널 계약에서 △채널 계약 종료 △채널 계약 관련 평가 기준 공개 △선계약 후공급 원칙 명시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홈쇼핑방송·데이터방송 등을 제외한 지상파·종편·보도 PP 등까지 모두 포함한다.
사문화된 부실 PP 퇴출 기준 명시…"경쟁력 있는 PP 진출 들어올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확정 과정에서 가장 이견이 많았던 부분은 '채널 계약 종료'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TV(IPTV) 3사는 200~300개가 넘는 채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중 약 80%가 연평균 시청률이 0.1%에도 미치지 못한다. 플랫폼 사업자는 가이드라인에 '부실 PP' 퇴출을 위해 '채널 계약 종료' 조항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소 PP 사업자는 중소기업 생존권 보장과 채널 다양성 등을 강조하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채널평가 결과 2년 연속 하위 10% 이내에 속하는 채널 중 하위 10%의 평균 점수 이하인 채널에 한해 재계약을 보류할 수 있도록 했다. 채널 계약 종료 근거는 명시하되, 하위 10%에 2년 연속 포함되더라도 평균 점수 이상이면 구제하는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관(국장)은 "그동안 채널 계약 보류는 사실상 사문화된 측면이 있으나, 시청자단체를 필두로 학계 등에서 양질의 콘텐츠로 유료방송 상품이 개편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냈다"며 "PP 진·퇴출을 명확하게 하면서 유료방송업계에 경쟁력 있는 PP가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계약 후공급' 원칙 세워…채널 계약 기간·개편 등 규제는 완화
가이드라인은 '선계약 후공급' 원칙도 명시했다. 단, 적용 시기는 대가 산정 기준 및 중소 PP 보호방안 마련 후 별도 논의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선계약 후공급 제도 안착을 위해 연 단위로 체결됐던 채널 공급 계약 기간을 사업자 자율에 맡겼다. 오 국장은 "1월1일부터 12월31일로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선계약을 하지 못하는 관행이 더 굳어진 측면이 있다"며 "계약 기간을 자율로 풀어 1년 이상 다년 계약도 가능하게 하는 등 자유도를 넓히고 각 사의 경영 사항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채널 개편 규제도 완화했다.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 이용약관 신고 및 수리 절차에 관한 지침'에 따라 전체 채널의 10% 이상 채널 번호를 변경하는 '정기개편'은 연 1회에 한해 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채널 수시개편은 연 1회에 한해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가 합의한 경우 개편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시청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 종전 번호 변경일로부터 3개월 이상 지나야만 번호를 변경할 수 있다.
채널 계약 기간은 자유로워졌지만 채널 평가 기간은 정례화됐다. 이는 채널 평가를 회계연도에 맞춰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과기정통부는 PP 평가 기준 및 절차 표준안에 플랫폼별로 채널 평가 기준을 상세히 공개하도록 했다. 평가 대상은 지상파·종편 PP·보도 PP·홈쇼핑 등을 제외한 실시간 방송 채널이다. IPTV나 케이블TV(SO) 등은 각 PP에 평가 등급·순위·점수·채널군 내에서의 평균 점수 등을 사전에 공개 통보해야 한다.
오 국장은 "채널평가기간이 매년 중간에 시작해서 9월에 끝나는 식으로 선계약을 유도했으나 실제 진행되지 못해, 채널 평가 대상과 기간을 회계연도에 맞추고 정부가 발표하는 재산상황 공표나 실태조사 등 정량 지표와 기준을 통일시켰다"며 "정량 지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사업자가 임의로 특정 채널을 우대하거나 페널티를 주지 못하도록 정했다"고 강조했다.
'기준지급률'은 내년으로…"지상파·종편 포함한 2차 협의회 열자"
한편, 사업자 간 견해차가 컸던 '채널 계약 대가 산정 기준'은 확정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2022년 협의회를 한 차례 더 운영해 대가 산정 기준이 될 기준지급률을 정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사와 홈쇼핑사 포함 PP는 물론 지상파·보도·종편 PP 등이 모두 참여하는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 마련 협의회'를 제안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