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카드 수수료 인하 뒤 일주일 만에 60여종의 신용카드가 단종됐다. 카드 혜택도 연이어 축소되고 있다. 수수료 인하로 소상공인이 누리는 실익이 적은 데 반해 소비자 혜택이 크게 감소하면서 대선을 앞둔 포퓰리즘 정책의 부작용이 심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카드 수수료가 전격 인하된 다음날 카드사들은 연이어 상품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24일 46종의 카드 발급을 중단했다. 우리플래티늄카드C-class, ALL다모아카드 등 주요 상품 44종의 신규 및 추가발급을 막았다. 카드의정석가득한할인카드 등 2종도 추가발급을 중지했다. 지난달 31일에는 구몬학습패밀리카드 등 5종 상품에 대해 유효기간을 연장해 주는 갱신발급도 종료했다.
농협카드도 지난달 31일부터 NH올원카드, NH올원 하나로카드 등 5종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1종의 갱신발급을 중지했다. 영업점을 통한 신청의 경우 이달 3일 발급이 막힌다.
국민카드도 같은 날 KB국민 내고장사랑카드 등 2종의 신규 및 추가발급을 중지했다. 단 국민카드의 두 상품의 경우 갱신발급이나 분실 및 훼손에 따른 재발급은 가능하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31일부터 더모아카드, Lady교육사랑 카드 등 5종의 신용카드를 신규발급 중단했다. 특히 더모아카드의 경우 재발급 시 유효기간 연장도 불가하다.
삼성카드는 오는 3월말부터 신세계 제휴 삼성카드에 탑재된 알라딘 3% 청구할인 서비스를 종료키로 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잇달아 카드를 단종하는 건 수익 감소가 예상되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달 당정협의를 통해 카드 수수료율을 최대 0.3%포인트 인하했다. 수수료율 조정으로 4700억원이 경감되면서 카드사들은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게 됐다. 카드사들은 감소한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카드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가 인하되고 카드론이 DSR(총부채원리금상항비율) 규제에 포함되면서 올해 업황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돼 비용이 많이 드는 카드를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모아카드 등 주요 상품의 경우 단종 소식이 알려지자 막차 발급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단종되는 카드는 혜택이 높은 카드라는 공식이 자리 잡으면서다. 이미 카드를 보유 중인 고객들까지 재발급에 나서며 카드 사용 기간을 늘리기도 한다. 한 카드사 고객은 "예상했던 대로 카드 수수료 인하로 (더모아카드가) 단종될 것 같았다"며 "수수료 인상이 아닌 이상 앞으로 혜자카드는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카드사들이 혜택을 줄이는 식으로 비용을 절감하면 또다시 수수료 인하의 여지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카드 수수료는 적격비용재산정 제도를 통해 3년마다 마케팅, 자금조달 등의 비용을 산출해 수수료율에 반영한다. 카드사들이 올해부터 마케팅에 투입하는 비용을 줄일 경우 3년 뒤 수수료가 다시 인하될 가능성이 커진다.
무엇보다 이미 전체 가맹점의 92%가 세액공제 혜택 포함 시 수수료 부담이 없는 상황에도 수수료를 계속 낮출 경우 소비자 혜택만 줄어드는 부작용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라 카드사들이 회원 혜택을 줄이거나 대출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며 "정치나 외부 논리에 의해서 수수료를 내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카드사들이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인해 신용카드 상품을 단종시키거나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