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내년부터 카드 수수료율이 또다시 인하되면서 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14년간 14번째 수수료가 조정돼 결제부문 손실폭이 대폭 불어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수수료율 인하로 가맹점이 얻는 실익도 크지 않아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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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3일 당정협의를 개최하고 카드 수수료 인하를 전격 단행했다. 당정은 이번 수수료율 조정을 통해 경감되는 연간 금액은 4700억원으로 추산했다. 변동되는 구간별 수수료는 연매출 △3억원 이하(0.8%→0.5%)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1.3%→1.1%)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1.4%→1.25%)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1.6%→1.5%) 등이다. 내년부터 3년간 적용된다.
수수료 인하가 결정되자 업계에선 업황 악화에 대한 우려를 호소했다. 이미 2018년부터 카드사 결제부문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하면서 손실이 커지고 있어서다. 여신금융협회가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년간 카드업계 결제 부문 영업손실은 1317억원을 기록했다. 변경된 수수료율이 내년부터 적용되면 카드사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에 나서며 나타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업계에선 결제 수익이 줄어드는 만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카드 혜택을 비롯해 부가 서비스 등이 축소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건 명백하다"며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소비자 혜택을 줄이거나 구조조정 또는 희망퇴직 등을 실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당정이 수수료 개편으로 영세가맹점 지원을 확대했지만, 이들이 누리는 실익이 적다는 데 비판이 쏠린다. 현재도 연매출 10억원 이하의 영세·중소가맹점의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고려하면 실제 납부 수수료는 0%이다. 내년 수수료가 추가 인하되더라도 영세 가맹점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크지 않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수수료율 개편은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포퓰리즘성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도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0.8%인데 부가세 환급분을 고려하면 마이너스"라며 "0.3%포인트 인하해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달 수수료, 빅테크사 결제 수수료가 상당히 높은데도 엄하게 카드 수수료를 소폭 인하하는 건 대선 앞두고 자영업자에게 생색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카드산업이 위축되며 카드사 노조의 투쟁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앞서 카드사 노조는 수수료 인하가 결정될 경우 '결제 셧다운' 수준의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카드사 노조는 "카드 노동자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과 유감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추후 카드 수수료 산정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결제부문 업무원가와 손익 반영 여부를 점검하고 수수료 재산정 주기 조정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소비자, 가맹점, 카드업계 중심으로 제도 개선 TF를 구성해 이해관계자가 간 상생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정이 내년 카드 수수료를 추가 인하하기로 하면서 정치적인 표심을 겨냥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