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성남 기자] 19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횡령 사건이 터진
오스템임플란트(048260)의 투자자들이 '멘붕'에 빠졌다. 대규모 횡령 사건 발생으로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염두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수사기관의 조사와 감독당국의 상장 유지 결정 등 심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현재 시점에서 상장 폐지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상장이 유지된 이후 오스템임플란트의 기업가치 훼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거래정지된 오스템임플란트. 사진/네이버증권 캡처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전날부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거래 정지에 들어간 상태다. 시가총액은 작년말 시총인 2조386억원에 멈춰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코스닥 상장회사 중 23위 수준으로, 국내 최초로 치과용 임플란트를 개발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한 대한민국 대표 의료기기 회사다. 매출과 직원 수 기준으로 국내 최대 의료기기 기업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대규모 횡령에 따른 거래정지는 충격적인 결과물로 받아 들여진다. 회사의 규모 면이나 실적 측면 모두에서 비상식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오스템임플란트의 내부 회계관리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사건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1880억원 횡령 발생에 따라 오는 24일 이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향후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매매거래정지 해제에 관한 사항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은 멘붕에 빠졌다. 각종 증권포털사이트에서 투자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오스템임플란트 주가가 호실적을 기반으로 지난해에만 180% 가까이 급등한 상황이라 투자자의 충격은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는 지난해초 5만1500원에 시작한 이후 연중 꾸준히 오르며 지난해말 종가는 14만2700원으로 177% 급등을 기록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매출액 4060억8800만원, 영업이익은 960억94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5.4% 감소와 3.2%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지난 3분기 오스템임플란트의 시장예상치를 밑돈 실적에도 성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횡령 사건에 대한 추이를 주목하면서도 상장 폐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내다봤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에서 살펴보면 2017년 8월16일 D 제약사는 자기자본 대비 5% 이상의 횡령으로 인해 거래 중단됐지만, 9월1일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관련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에서 제외키로 결정하면서 9월4일부터 거래가 재개됐다"면서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기한은 영업일 기준 최장 15일로 1월21일내로 심사 여부가 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이번 사건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횡령 규모가 큰 만큼 자금 회수 가능성에 따라 실질 심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기업의 영속성, 투자자 보호 등을 감안하면 상장 폐지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 가치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서 연구원은 "횡령 자금 회수가 가능한지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대규모 횡령에 대한 감시 시스템 미비로 인한 ESG 리스크 상승과 낮아진 회사 신뢰도로 인한 주가 하락이 가능하며, 만약 계좌 동결이 가능할 경우 횡령금액은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회수가 미비한 경우에는 2021년 영업외 손실로 반영이 가능하다"며 "추후 횡령 자금에 대한 회수 여부가 주가 방향성에 중요한 요소"라고 평가했다. 삼성증권은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기존 '매수' 의견에서 '보유(Hold)' 의견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기존 16만원에서 14만원으로 낮춰 잡았다.
최성남 기자 drks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