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에스엘바이오닉스(214310)가 구주주 청약을 앞두고 유상증자 실패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감자 이후 주가가 지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행주식 대비 179%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로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이번 청약은 실권주 인수가 없는 모집주선인 방식으로 청약률 미달에 따른 자금조달 실패 위험성도 높다. 특히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주가 하락으로 자금조달 규모가 이미 40% 이상 줄어든 상황이다. 이번 유증까지 실패할 경우 추가 차입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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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오는 7일과 10일 양일간 구주주 청약을 실시한다. 발행방식은 주주우선공모 방식으로 미청약주식 발생 시 일반투자자에게 청약 기회가 주어진다. 주주우선공모 방식은 구주주의 초과청약(최대 20%)이 없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보다 실권주 발생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이번 유상증자는 증자비율이 179.05%에 달하는 만큼 대규모 실권주 발생과 유증 이후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도 크다. 유증으로 발행되는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신주 물량은 총 820만주로 발행주식총수(457만9603주)의 2배에 가까운 물량이다. 유증으로 발행되는 모든 주식은 별도의 보호예수가 적용되지 않은 만큼 신주 상장 및 유통이 개시되면 일시적으로 대규모의 물량이 주식시장에 출회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위험성이 있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투자설명서를 통해 “금번 유상증자는 10대 1 무상감자 감안 시 증자비율 179.05%에 달한다”며 “대규모 미청약주의 발생해 예상 공모 예정금액 대비 적은 금액이 모집돼 자금조달에 실패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유증의 경우 실권주에 대한 잔액 인수인(일반적으로 주관증권사가 인수)이 없는 모집주선인 방식이다. 실권주를 인수해 줄 인수인이 없는 만큼 미청약물량이 발생할 경우 향후 사업계획 및 재무개선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이미 유상증자 규모가 최초 계획 대비 40% 넘게 줄어든 상황이다.
유상증자를 처음 공시했던 지난해 8월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주식은 1만원대에서 거래됐다. 당시 할인율 30%를 적용한 예정발행가액은 8450원이었다. 그러나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주가는 10대 1 무상감자를 실시한 이후 급격히 하락했고, 발행가는 4730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발행 규모 역시 690억원에서 388억원으로 43.8% 감소했다.
발행규모가 줄어들면서 자금 활용계획도 대폭 수정됐다. 반도체 공정 공장 매입(390억원→307억원)과 운영자금(86억원→29억원), 전환사채상환 금액(130억원→5억원) 등이 대폭 줄었으며, 차입금 상환(40억원) 계획은 삭제됐다. 자금 사용목적 중 금액이 감소하지 않은 것은 국세청 추징금(47억원) 납부가 유일하다.
문제는 에스엘바이오닉스가 자금조달에 실패할 경우다. 현재 자금 사용 목적 중 공장 매입과 추징금 납부는 더는 미루기 힘든 상황이다. 공장 매입의 경우 이미 계약금을 납입한 상황으로 내달까지 잔금을 모두 치러야하며, 추징금 역시 납부유예 중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에스엘바이오닉스는 2016년에 정기세무조사에서 원천징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중부지방국세청으로부터 47억원의 추징금이 발생했다. 지난해 8월이 납부 기일이었지만 코로나 장기화와 사업부진 등의 이유로 2022년 5월31일까지 납부유예를 신청한 상황이다.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전체 자금조달 계획 388억원 중 공장 매입(307억원)과 추징금(47억원) 납부 금액은 354억원으로 전체 금액의 91.2%를 차지한다. 유증 청약에서 미청약 물량이 10%만 발생해도 추가 차입 등을 통해 자금을 다시 조달해야 하는 셈이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자금조달에 실패할 경우 사업계획 및 재무개선 계획 등 자금의 사용 목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향후 수익성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에스엘바이오닉스는 2018년부터 2021년 3분기까지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59억원으로 전년 동기(12억원) 대비 391.7% 확대됐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