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앞으로 한국전력 작업자는 전기가 흐르는 전력선에서 작업할 수 없다. 또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전주에 직접 오르는 행위도 금지된다.
한국전력은 최근 발생한 여주지사 관내 전기공사 근로자의 사망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 대책'을 9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직접활선 작업을 즉시 퇴출하고 작업자와 위해 요인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기로 했다. 직접활선은 전기가 흐르는 전력선에 작업자가 직접 접촉하는 공법을 뜻한다.
지난 2018년부터 간접활선 작업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현장의 약 30%는 직접활선 작업으로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한전은 비용과 시간이 더 들고 전력 공급에 지장이 발생하더라도 감전의 우려를 없애기 위해 정전 이후 작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직접활선에 비해 안전한 공법의 추가 개발도 추진한다.
끼임 사고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작업용 특수 차량의 밀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고임목 등 밀림 방지 장치 설치가 의무화된다. 절연버켓(고소작업차)에 대한 기계 성능 현장 확인 제도를 도입하고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고임목 설치 여부도 확인할 계획이다.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오르는 작업도 전면 금지된다. 모든 배전공사 작업은 절연버켓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거나 전기공사 업체의 장비 수급 여건이 곤란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한전은 전국 4만3695개소 철탑에 추락 방지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당초 계획보다 3년 앞당긴 2023년까지 해당 장치 도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또 추락 방지망 설치 위치를 철탑 최하단 암(Arm) 하부 10m로 조정하고 구조를 개선해 안전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전기공사업체에 대한 관리 체계도 강화된다. 한전은 국내 감리 인력 수급 상황을 감안해 모든 전기공사에 '1공사현장 1안전담당자' 제도를 도입한다. 지금은 도급 공사비 2000만원 이상이거나 간접활선 공사에만 현장 감리원을 상주 배치하고 있다.
업체들의 불법하도급 관행을 막기 위해 사전에 신고된 내용이 실제 공사 현장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인력·장비 실명제도 도입된다. 안전 담당자가 전수 검사하고 불법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해당 업체에 페널티를 부여한다. 반면 무사고 달성, 안전의무 이행 우수 업체 등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전기공사업체의 자율적인 안전 관리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부적정 행위가 적발된 업체와 사업주에 대해 한전 공사의 참여 기회를 박탈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다.
작업자가 공사를 거부하고 중지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기존에는 불이익을 우려해 제 기능을 못했지만, 무리한 작업량, 단독 작업 등 부적절한 작업지시에 대해 전면 확대해 나가고 손실 보전 대책도 계속 마련할 계획이다.
이 밖에 작업장소별 현장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작업자 5대 필수 금지행위'를 제정, 차량, 안전장구 등에 부착해 안전을 내재화하고 일상화 한다는 방침이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한전과 전기공사 업계가 협동해 사고 예방을 위한 가능한 모든 통제 수단과 예방 조치를 함께 강구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분들께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 아트센터에서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