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이번주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점쳐지는 가운데 저축은행들은 반대로 정기 예금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대출 총량규제로 자금 확보 유인이 감소해서다. 대출금리 대비 예금금리가 과하게 떨어질 경우 예대마진 폭리 논란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은 지난주 연이어 예금 상품의 금리를 인하했다. KB저축은행은 이날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2.5%에서 2.3%로 0.2%p 내렸다. 2년 만기와 3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역시 각각 0.2%p 인하돼 2.4%, 2.5% 금리를 제공한다. 1년 만기 자유적립예금 상품의 금리도 기존 2.5%에서 2.3%로 낮췄다.
OK저축은행은 지난 6일부터 개인 고객 대상 중도해지OK정기예금369의 금리를 2.2%에서 1.6%로 0.6%p 인하했다. 법인 고객 대상 금리는 기존과 같이 1.4%를 그대로 적용한다.
통상 저축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선제적으로 예금금리를 인상해왔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기준금리 인상에 후행하는 양상을 띠는 것과 달리 선행적으로 금리를 올려 자금 이탈을 막고 대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예금금리를 잇달아 내리는 건 대출 총량규제 영향이 크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 6%대에서 올해 4~5% 수준으로 더 강화해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올해 저축은행업권에 대해선 지난해보다 반토막 난 10.8~14.8% 수준으로 대출 증가율을 낮추라고 권고했다. 저축은행은 총량 규제로 대출 공급이 위축되면서 재원을 확보할 유인이 줄었고, 이에 상응해 예금금리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운영 자금이 충분하면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예금금리를 인상해서 운영할 필요가 없다"며 "가계대출 총량규제도 일정 정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저축은행이 자금을 운용할 여건이 마땅치 않은 만큼 앞으로도 예금금리 인상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지난해 기준금리가 1% 수준으로 인상되면서 시중 유동 자금이 예금으로 몰리고 있는 데다, 부동산 경기 둔화 등 전망에 따라 대출 자산을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예금금리를 높게 책정하면 여신에서 수익이 그만큼 나야 한다"며 "부동산 등 시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익성 자산이 늘어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와 시중은행 대출 규제로 우량 고객이 늘어나 대출 금리가 인하 영향을 받은 것도 예금금리가 낮아진 이유로 꼽힌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일반신용대출 가중평균금리와 수신금리 차이는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 11월 예대금리 차이는 12.53%p로 전월보다 0.23%p 더 감소했다. 9월과 비교하면 0.30%p 하락했다.
다만 연내 기준금리가 최대 1.75% 수준까지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예금금리 상승폭이 제한적일 경우 예대마진 폭리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해 말 정치권에선 저축은행 예대금리 격차가 시중은행에 비해 4배 이상 크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제2금융권 예대금리차를 모니터링해 줄여야 할 요인이 있다면 격차를 완화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저축은행들이 이번주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오히려 예금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점포.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