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고공행진…정유업계 턴어라운드 본격화

정유4사, 작년 영업익 7조 전망…정제마진 6달러선 유지
두바이유 리스크 잔존…"정부·업계 중동산 원유 해법 찾아야"

입력 : 2022-01-11 오후 4:31:09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정유사들이 고공행진중인 정제마진과 석유제품 수요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유사들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첫해인 지난 2020년 석유 수요 실종과 정제마진 추락으로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낸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정유사 특성상 두바이유 의존도가 높아 원유가격 추이를 예의주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첫째주 배럴당 6.34달러로 지난달 마지막 주 배럴당 6.6달러에 이어 6달러대를 유지중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달러 수준에 비하면 1년 만에 4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이같은 정제마진 상승은 미국, 중국 등 정제설비 감축 등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는 미국의 정제설비 규모는 2020년 말 대비 5%나 감소했으나 대규모 증설 계획은 현재까지 없는 상태다.
 
정유사들이 고공행진중인 정제마진과 석유제품 수요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S-Oil 석유화학시설 전경. 사진/S-Oil
 
중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부터 '탄소 중립'을 강조하며 정유설비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 소규모 민영 정유사의 석유수입 물량을 전년 동기 대비 11% 축소한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 최대 석화업체인 헝리석화와 저장석화의 정유설비 가동률이 작년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석유제품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국내 정유사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석유제품 재고는 6년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해 글로벌 재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반면 각국의 탈산소 정책으로 추가적인 공급 여력은 부족하다"며 "올 상반기는 석유제품 공급부족이 이어지면서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의 원유정제설비(CDU) 평균 가동률은 76.2%로 전년 동기 대비 4.4%p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7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가동률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 반전하면서 팬데믹 이전 수준인 80% 달성을 눈앞에 둔 셈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00% 가까운 원유설비 가동률을 유지하는 동시에 윤활기유, 석유화학 제품 설비는 가동률을 100~115%로 상향 조정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CDU 가동률을 각각 90%대로 끌어올렸다. SK에너지는 1차 공정인 CDU 가동률을 70% 중후반대로 관리하는 대신 2차 공정인 고도화설비를 100% 돌려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같은 호조에도 위험요인은 존재한다. 핵심은 두바이유 가격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플랜트(생산시설)는 두바이유에 특화돼왔다. 그간 중동산 원유를 쓸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꽁꽁 싸맸던 미국의 석유(WTI유) 수출은 2015년부터 재개됐으며 북해산 브랜트유는 유럽 국가들 위주로 사용돼왔다. 따라서 국내 정유사들의 두바이유 수입의존도는 지금까지도 70%에 달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28일 기준 배럴당 76.47달러에서 지난 7일 80.55달러까지 올랐다. 2주 만에 4달러가 넘게 오른 셈이다. 두바이유 가격의 상승폭은 정유사들의 수익에 그대로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두바이유 가격 상승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견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원유 가격이 2달러 오르면 정제마진이 2달러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로 결국에는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과 공급은 올해내내 달라질것같지 않기 때문에 결국 원유 가격 유지가 올해 정유사의 실적을 가를 것"이라며 "동아시아 주변국들과 협력해서 두바이유의 일방적인 가격 상승을 잘 막아내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진단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은 지난해 연간 2조3659억원, 에쓰오일은 2조44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가는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각각 1조5000억원, 1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4사의 영업이익을 합산하면 약 7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들은 지난 2020년 합산 기준 5조원 규모의 적자를 낸 바 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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