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구독경제 서비스 업체들이 연이어 가격을 올리면서 카드사의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구독 상품 가격 인상에 따라 카드사들이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마케팅 혜택이 늘었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연이어 가격을 인상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11월18일부터 스탠다드 요금제 월 1만3500원, 프리미엄 요금제 월 1만7000원으로 조정했다. 스탠다드 요금제는 종전 대비 1500원, 프리미엄 요금제는 2500원 올랐다. 신규 가입자는 가격 인상이 곧바로 적용되며 기존 가입자는 인상안 발표 이후 다음 결제일부터 오른다.
쿠팡 역시 지난달 30일부터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와우 멤버십 이용 가격을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했다. 추후 기존 가입 고객에게도 가격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주요 구독경제 서비스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자 카드사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가격 인상에 따라 카드 혜택으로 제공해야 하는 할인폭도 커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구독 서비스 20% 할인 혜택이 담긴 신용카드를 발급한 소비자가 넷플릭스 프리미엄 요금제 결제 시 가격 인상 전에는 2900원의 할인 혜택을 받았지만, 인상 후에는 3400원을 받게 된다. 카드사 입장에선 마케팅 비용 부담이 500원가량 커지는 셈이다.
다만 할인율이 아닌 할인금액으로 정해진 혜택의 경우에는 구독 서비스의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추가 혜택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가령 카드사가 기존에 2900원의 쿠팡 멤버십 서비스 할인을 제공했다면 4990원으로 가격이 올라도 나머지 2000원을 추가로 지원하지 않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상매출이 올라가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할인금액도 올라간다"며 "할인금액이 정해진 것보다 할인율을 적용하는 혜택의 경우 카드사가 부담하는 비용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물론 구독 상품 가격 인상에 따라 카드 결제액이 증가함으로써 카드사가 얻는 수수료도 늘어난다. 다만 올해부터 카드 수수료가 최대 0.3%p 인하된 만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수입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카드사들은 결제부문 수익이 감소하면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혜택이 많은 카드들이 점차 단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3일 수수료 인하 일주일 만에 7개 전업 카드사들은 60여종의 주요 상품의 발급을 중단한 바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감당하는 비용이 커지면 혜택이 많은 카드는 계속 중단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등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면서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