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이 17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또 다시 쐈다. 지난 14일 열차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지 3일 만이자,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 무력시위다.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서훈 국가안보실장에게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긴급회의를 열고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군은 오늘 8시50분경과 8시54분경 북한 평양시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동북쪽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의 발사체를 탐지했다"며 "이번에 발사한 발사체 비행거리는 약 380km, 고도는 약 42km로 탐지했으며, 세부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은 추가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5일 공개한 사진에 14일 북한군이 평안북도 철도에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한이 올해 들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 5일과 11일, 14일에 이어 네 번째다. 북한은 5일과 11일에는 자강도 일대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14일에는 평안북도 의주 일대 철로 위 열차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특히 14일 미사일 발사의 경우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 추진에 대한 반발 차원이라는 분석이 짙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더욱 강력하게 반응하겠다"며 경고 담화를 발표한 지 8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발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도 미국의 대북제재 추진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시기상 3일 간격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새 전략무기 실험보다는 기존의 훈련용 미사일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차원에서 동계훈련을 명분화한 북한의 대남·대미 압박 메시지라는 지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이렇게 몰아치기식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미국의 새로운 대북제재에 맞대응하면서 이중잣대 철회와 적대시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대남·대미 압박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분석한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간적으로 본다면 동계훈련용이라는 게 명분화 될 수 있고, 발사 시점으로 봤을 때는 대미 메시지용이 강하다고 보여진다"며 "북한이 초기에 반발이 있더라도 지금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표면적으로 자위권 차원에서 하는 합법적 행위라는 것을 일상화 시키겠다는 의미가 짙게 깔려있다고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서훈 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NSC 상임위원들은 한반도 상황이 더 이상 경색되지 않고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화를 조속히 시작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북한을 비롯해 유관국들과의 관련 노력을 배가하기로 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듣고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동 3개국 순방 전 "국가안보실장은 국내에 남아 북한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유관 부처와 협력해 잘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