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이 보유했던 일부 운수권과 슬롯이 재분배됨에 따라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이들 노선 확보를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최근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빅딜이 '독과점'을 이유로 무산되자 LCC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운수권,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 재배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잠정 승인했다. 다만 공정위는 두 항공사의 운수권과 슬롯을 재조정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통합 항공사 출범 시 시장 점유율 상승에 따른 독과점 우려가 제기돼서다. 공정위는 양사가 반납해야하는 수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경쟁 제한성이 생기지 않도록 하거나 점유율이 높아지는 부분을 해소하는 수준'으로 결정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슬롯과 운수권의 재배분이 최소화돼야한다는 입장이다. 기업 결합은 결국 양사의 시너지가 발휘돼야 하는 것인데 슬롯과 운수권이 줄면 그만큼 고용 유지가 어렵고 경쟁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반면 LCC들은 재배분 노선을 확보해 제2의 전성기를 열기 위한 채비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의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기존 LCC가 보유한 단거리 노선을 비롯해 중대형 항공기를 도입하면서 중장거리 노선까지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LCC들은 일각에서 우려하는 한국의 항공 자원이 외국 항공사로 넘어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경쟁이 심한 노선들은 대부분 항공비자유화 노선으로 통합 항공사가 노선의 운수권을 반납할 경우 관련법상 국내 항공사에만 재배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LCC업체 중 티웨이항공이 이같은 노선 확보에 가장 적극적이다. 티웨이항공은 다음 달 A330-300기종 1호기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순차적으로 총 3대를 도입하고 오는 3월 국내선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호주 시드니,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키르기스스탄 등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계획하고 있다.
LCC업계 관계자는 "해외항공사로 운수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말"이라며 "미국과 같이 항공자유화(오픈스카이)를 선언한 국가는 항공사가 여력이 되는대로 취항할수 있지만 수익성이 낮으니 취항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LCC 중에서도 장거리 취항 능력을 가지고 있는 항공사들이 많고 수익성이 높은 국가의 운수권만 따낼 수 있다면 항공기를 사오는 것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최근 EU의 반대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통합 항공사 운수권, 슬롯 재분배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간 EU는 캐나다 항공사 1위 에어캐나다와 3위 에어트랜샛의 합병, 스페인 1위 항공사 IAG와 3위 에어유로파의 합병 승인을 전부 거절한 바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중복 운항하는 왕복 노선은 2019년 기준 국제선 65개, 국내선 11개다. 국제선은 미주 5개, 유럽 6개, 중국 18개 등이다. 국내선은 제주가 16개, 내륙이 6개다. 공정위는 결합하는 두 회사의 합산점유율이 50% 이상이고 시장 1위 사업자가 포함된 경우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인천-LA', '인천-뉴욕', '인천-장자제', '부산-나고야' 등의 노선은 양사 통합시 점유율이 100%에 달하는 상황이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