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서울과 경기에 대대적인 물량 공급을 약속했다. 수도권 민심의 승부처는 결국 '부동산'이라고 판단해 집값 안정화, 무주택자의 주거안정 등을 위한 대책을 꺼내들었다. 특히 이 후보는 이틀에 걸친 발표 과정에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90도로 허리 굽혀 사과하는 등 싸늘한 민심 수습에 나섰다.
이 후보는 23일 경기 의왕의 포일어울림센터에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부인할 수 없는 정책 실패"라며 "민주당의 일원이자 대통령 후보로서 또 다시 고개 숙여 인사드린다. 변명하지 않고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90도로 허리를 숙여, 좀처럼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는 수도권 민심에 사과하고 다가서는 진정성을 보이려 애썼다.
이 후보는 지난 21일 서울 민생 순회 일정을 사과와 함께 시작했다. 그는 20여명의 의원들과 함께 서울시민들에게 "우리가 국민들의 고통, 그 중에서도 우리 서울시민들의 부동산 관련 고통에 대해서 민감하고 기민하지 못한 것에 사과를 드리겠다"며 90도로 허리 숙여 사과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연속 사과로 진정성을 보임과 동시에 대대적인 물량 공급을 골자로 한 부동산정책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206만호가량의 공급 계획에 서울 48만호, 경기·인천 28만호, 타 지역 29만호 등 105만호를 더해 총 311만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우선 서울에 기존의 공급계획 59만호에 48만호를 더한 총 107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당초 서울 도심 신규 공공택지 공급 방안으로 김포공항을 이전하고 해당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올랐으나 이는 제외됐다. 서울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안팎의 반대가 이어지면서 김포공항 인근 부지에 물량을 공급하는 방안으로 선회했다.
이에 더해 기존택지 재정비를 통해 기존 계획분 21만호에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규제 완화를 통한 10만호, 노후 영구 임대단지 재건축으로 10만호를 추가로 공급해 총 41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청년층 주택공급을 위해 공급물량을 청년층에 우선 배정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청년의 내 집 마련 꿈을 실현시켜 드리겠다. 청년을 포함한 무주택자가 평생 한 번은 당첨될 수 있도록 주택공급 기반을 확대하겠다"며 "신규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만큼 공급물량 30%를 무주택 청년에게 우선 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 이 후보는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한 금융제한 완화 정책도 제시했다. 그는 "지역·면적·가격을 고려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90%까지 인정하는 등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했다. 또 취득세 부담을 3억원 이하 주택은 면제하고, 6억원 이하 주택은 절반으로 경감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반값 아파트 대량 공급을 골자로 하는 주택 공급가격 인하 공약을 내놨다. 그는 "공공주택 용지 공급가격 기준이 박근혜정부 당시 조성원가에서 감정가격으로 바뀌면서 택지가격이 주변 집값에 연동돼 공공분양 주택까지 상승했다"며 "앞으로 공공택지 공급가격 기준을 조성원가로 바꾸고 분양원가 공개 제도 도입과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인근 시세 절반의 '반값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오전 경기 오산시 오산버드파크 앞 광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오산,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전날에도 '서울을 위한 7대 공약'을 발표하며 대대적 공급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이 후보는 지하철 1·2·4호선 등 지상 구간을 단계적으로 지하화하겠다고 했다. 또 4·6·7호선 급행 노선 건설을 추진하고 GTX-A와 신분당선 서북부를 연장하는 한편 경전철 동북선·면목선·강북횡단선(목동선·난곡선)을 조기 완공해 서울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강북과 강남이 함께 발전하기 위한 청사진도 내놨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관악·구로·가산·마곡 등 서울 서남부권을 연구창업벨트로 연결 △은평 서울혁신파크를 거점으로 하는 지식산업지구 조성 △창동~노원 일대를 문화·의료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는 등 그간 소외됐던 서울 서남부·서북부·동북부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서울, 수도권에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량 공급을 걱정하지 않을 수준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다만, 이 후보는 이런 대대적 물량 공급 방안이 임기 내에 모두 완료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대적인 물량 공급 의지를 보인 만큼 일단 시장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오전 경기 오산시 오산버드파크 앞 광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오산,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시민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