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국민의힘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 부인 김혜경씨와 관련한 의혹들이 불거지자, 기다렸다는 듯 맹공에 나섰다.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와 관련한 허위이력과 7시간 통화 녹취록에 크게 당했던 만큼 이번에 제대로 앙갚음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청년세대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공정'을 고리로 공격하며 논란을 장기간 끌겠다는 전략이다.
이재명 후보는 3일 입장문을 통해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뒤 "도지사 재임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는지를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주기 바란다.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고 했다. 보도를 통해 김혜경씨가 공무원에게 사적 심부름 등을 시키고 경기도 법인카드를 도용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자, 이에 대한 사과 입장을 내며 진화에 나섰다. 의혹 당사자인 김혜경씨와 배모 전 사무관도 전날 사과 입장을 내놨다.
이재명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1일 경북 안동시 경주이씨 종친회를 방문해 설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선대위·뉴시스
설 사이 불거진 의혹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서둘러 해당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 입장을 표명했지만, 그 진통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논평을 통해 이 후보와 김혜경씨의 입장을 요구하던 국민의힘은 이날 '김혜경 황제갑질 진상규명센터'를 설치하고 이 후보와 김씨, 배 전 사무관 등을 고발하는 등의 행동에 돌입했다. 특히 진상규명센터의 경우 선대본 청년본부 직속으로 설치됐다. 공정과 정의에 민감한 청년세대가 이 문제를 직접 맡아 갑질 의혹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날 오전 선대본·원내지도부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특히 갑질, 공정 이런 부분에 민감한 세대가 청년 아닌가. 그래서 청년본부에서 그런 구도를 만들겠다"며 "단순히 김혜경씨 갑질을 떠나 공정 갑질, 직장 내 갑질 등 일반에 관해 얘기하고 논의하는 단위를 선대본 차원에서 만들겠다"고 말했다. 장예찬 청년본부장은 진상규명센터 발대식에서 "(김씨 의혹은)의전이 아닌 갑질이라는 분명한 용어를 써야 한다. 사적 심부름을 시키는 직장 갑질은 청년의 고민거리"라며 김씨의 대국민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진상규명센터는 이를 계기로 '김혜경방지법'을 만들고, 윤 후보 공약에 반영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파장을 최대한 키우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와 관련한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김씨의 허위이력과 학력 부풀리기 등은 청년세대의 공정 이슈와 맞물려 거센 공격을 받아야 했다. 지난해 12월 김씨는 대국민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김혜경씨와 관련한 의혹을 키우며 논란을 이끌 예정이다.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이 후보의 사과문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직원의 일로 죄송하다고 하는데, 핵심은 직원의 일이 아니라 바로 후보와 부인"이라며 "이미 드러난 것만 해도 조사할 게 넘치는데, 이것은 감사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두아 국민의힘 법률지원단 부단장(사진 왼쪽)과 유상범 단장이 3일 서울시 서초구 대검찰청 민원실에 이재명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 등에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