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초 약속한 증권거래세 폐지를 '현행 유지'로 뒤집었다고 시인했다. 또 윤 후보는 RE100 등 경제 관련 지식 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오히려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가르쳐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3일 KBS본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RE100'에 대해 몰라 이 후보에게 "가르쳐 달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10년 이내에 원자력 발전단가보다 재생에너지가 더 싸진다고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원전 문제에 대해 과격하게 무조건 문재인정부 반대로 안 하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윤 후보는 "신재생에너지만 가지고 2050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이 유지된다고 보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RE100은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라고 물었고, 윤 후보는 잠시 머뭇거리다 "RE100이 뭔가"라고 되물었다. 이 후보가 "재생에너지 100%"라고 설명하자, 윤 후보는 그제야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전세계 유수 기업들이 이미 RE100을 채택해서 재생에너지 100%로 생산하지 않으면 (제품을)공급받지 않겠다고 했다"며 "이럴 때 재생에너지 포지션(비중)을 늘리지 않으면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하다가 유럽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발동되면 어떻게 대응하려고 하나"라고 물었다.
윤 후보는 "그건 석탄의 경우"라며 "꼭 재생에너지만이 아니고 원자력이나 다른 전기 에너지들인데,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전기 에너지를 쓴다는 뜻이다. 그게 어떻게 재생에너지만으로 되나"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재차 "유럽연합(EU)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가 중요한 의제인데 원자력 논란이 있다. (윤 후보가)원전 전문가에 가깝게 원전을 주장하시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웃으며 "EU 뭐란 걸 들어본 적이 없는데 좀 가르쳐달라"고 했다.
이 후보는 "녹색분류체계를 말하는데 여기에 원전을 포함시킬 것이냐 말 것이냐 논란이다. (원전을)녹색 에너지로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라며 "우리나라는 어디에 지을 것이냐 핵폐기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중요한 의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녹색에너지 분류가 안 된다"며 "원전을 어디다 지을 생각이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원전 입지 문제는 지금 여기서 말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하자, 이 후보는 "이미 (핵)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폐기물 처리 기술이 아마 신재생 에너지 고도화를 시키는 것 못지 않게 빨리 되지 않겠나 싶다"고 답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공방을 지켜보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EU 택소노미가 원전을 그린 에너지로 인정한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이 후보는 "조건이 붙어 있다"고 했다. 여기에 심상정 후보는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4명의 후보가 동시다발적인 질문과 답변을 이어가는 모습도 나왔다.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 후보 토론'에 앞서 후보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사진/뉴시스
아울러 윤 후보는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을 '현행 유지'로 뒤집었다고 인정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세금은 정말 중요한데, 증권거래세를 폐지한다고 했다가 주식양도세를 폐지한다고 했다. 종부세도 폐지한다고 했는데 재원은 줄어드는데 어떻게 복지를 확대한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27일 기자회견에서 "주식양도세 도입 시점에 맞춰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주식양도세 폐지, 증권거래세 현행 유지"로 공약을 번복했다.
윤 후보는 "증권거래세는 새로운 금융과세제도가 생긴다고 하니까 있을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우리나라 증권시장이 워낙 좋지 않아서 당분간 양도세를 폐지하고 현행 증권거래세를 늘리겠다고 한 것"이라며 "(주식)양도소득세를 포함한 새로운 금융과세제도가 현재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을)뒤집은 것이냐"고 물었고 윤 후보는 "뒤집은 거죠"라고 인정했다.
이 후보는 "(주식)양도소득세는 1% 이상 혹은 10억 이상 대주주가 대상이고 증권거래세는 개미들이 부담하는 것인데 개미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개미들이 원한다"고 말을 흐렸다.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 후보 토론'에 앞서 후보들이 리허설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