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산다"…반도체 장비 쟁탈전 본격화

EUV 노광장비, 5nm 이하 반도체 공정에 필수
독점업체 ASML에 '입도선매'…경쟁구도 치열
올해 반도체 장비 투자액 116.6조원 전망

입력 : 2022-02-07 오후 4:29:48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반도체업체들이 EUV(극자외선) 등 첨단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구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해당 장비 선점에 성공해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를 맞출 수 있어서다. 최근에는 비메모리반도체 뿐 아니라 메모리반도체인 D램에도 EUV 적용이 본격화됨에 따라 각업체들이 장비 확보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은 EUV 장비 및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UV 장비는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을 광원으로 활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노광 기술로 5nm(나노미터) 이하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이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노광보다 파장이 짧아 반도체 미세회로 구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당 1500억~2000억원에 이르는 EUV 장비가 '귀하신 몸'이 된 이유는 네델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하고 있어서다. ASML이 생산하는 EUV 장비는 연간 수십대에 불과하다. 실제로 지난해 ASML이 판매한 장비 대수는 42대다. 2020년에는 31대에 불과했다. 따라서 EUV 장비 확보 경쟁은 올해 들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실제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최근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장비 리드타임(주문 후 납품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공급망 이슈 탓에 공장으로 들어오는 설비 반입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도 "올해도 장비 리드타임이 길어지고 있어 영향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설비 반입) 차질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하이닉스는 오는 2025년까지 네덜란드 ASML로부터 EUV 노광장비를 구매한다고 발표했다. 금액 규모는 4조7500억원으로 약 20대에 해당한다. 이미 SK하이닉스의 최첨단 공장인 경기도 이천의 M16에서는 해당 장비가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TSMC와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확보한 EUV 장비 누적대수는 각각 50여대와 20여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양사 역시 올해 EUV 장비를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TSMC는 올해 투자액 52조원 가운데 70~80%를 2·3·5·7㎚(나노미터) 공정 개발에 투입할 예정이다. 따라서 EUV 장비 추가 확보에 더욱 열을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도 첨단 공정의 비중을 대폭 늘리고 있어 EUV 장비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2020년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해 지도부를 만나고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뿐 아니라 점유율 1위 시장인 D램 등 메모리반도체 공정에도 EUV 장비를 도입해나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성능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선도적으로 EUV 공정 적용을 확대해 시장 리더십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반도체 장비 투자액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980억 달러(약 116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파운드리 분야 투자가 전체의 46%, 메모리 분야가 37%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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