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호남에서 불어오는 지지 바람에 한껏 고무됐다. 호남 득표율 목표치를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하기까지 했다. 다만, 자칫 오만으로 비쳐질 경우 위기감을 느낀 호남이 이재명 후보로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후보의 호남 지역 득표율 목표치를 25%로 수정한다"며 "더 열심히 하겠다"고 적었다. 그는 앞서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의 득표율 20%를 목표로 설정하고, 설 명절을 전후해 무등산에 오르는가 하면 도서지역을 순회했다. 이 대표는 기존 보수정당 한계를 벗기 위해 서진정책에 매진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물론 제주 4·3항쟁과 여순항쟁 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또 윤석열 후보의 손편지를 호남 전 가구에 배송하며 성의를 보인 것도 이 대표 아이디어였다.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20%가 넘는 여론조사 결과는 페이스북에 공유하는 등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페이스북에 "우리 후보의 호남 지역 득표율 목표치를 25%로 수정한다"고 적었다. 사진/이 대표 페이스북 캡처
강한 자신감에 이 대표가 득표율 목표치를 25%로 상향했지만, 오히려 이 대표의 오만함이 호남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윤 후보는 광주 방문 첫 일정으로 5·18 민주묘지를 다시 한 번 찾았지만 대학생과 오월어머니회 등 시민들이 참배를 막아서는 등 냉랭한 호남 민심을 마주해야 했다. 윤 후보는 앞서 지난해 11월 전두환 미화 망언 이후 사죄의 뜻으로 민주묘지를 찾은 바 있다. 당시에도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헌화와 분향 등 참배 대신 묵념으로 추모의 뜻을 전해야 했다. 이렇듯 호남의 정신이 깃든 심장부에는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했지만, 목표율은 늘려 잡았다.
호남 민심도 호락하지만은 않다. 이날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24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다자대결에서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13.7%에 그쳤다. 직전 조사에서 기록한 18.3%보다 4.6%포인트 하락했다. 뉴스1·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도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14.4%였다. 다만, 윤 후보가 호남에서 20%대 지지율을 기록하는 여론조사도 여럿 있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상승세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실제 득표율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대표가 저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경솔하다"며 "호남의 지지율 상향 근거나 이유 등을 확실히 대야 국민이 볼 때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 호남 지지층의 결집으로 역풍이 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온 지역감정 등 지역 공격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 6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추모탑 앞까지 가지 못하고,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윤 후보 뒤로 후보의 전두환 미화발언을 비판하는 피켓이 보인다. 사진/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