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꼰대' 이미지를 벗고 2030 청년세대에게 다가서며 젊은층 지지기반 구축에 돌입했다. 이른바 '세대포위론'을 활용한 대선 전략이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지만, 윤 후보의 발언들은 현실인식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다는 지적도 따라온다.
윤 후보는 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에 대해 "구조적 남녀차별이 없다라고 말한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가 지속해서 노력했기 때문에 그것보다 이제 개인별 불평·차별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AI윤석열'이 네티즌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앞서 그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젊은 사람들은 여성을 약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며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라고 했다. 공약 중 하나인 여성가족부 폐지가 '편가르기 의도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윤 후보의 해당 발언이 알려진 뒤 "현실을 보라"는 경쟁 후보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윤 후보는 오랜 검찰 생활로 굳어진 꼰대 이미지를 벗기 위해 청년층과의 교감을 확대했다. 정치권에 뛰어든 초창기 '쩍벌'이나 '도리도리' 등의 자세에 대한 지적에 이를 고치는 모습을 보였다. 인공지능(AI) 딥페이크를 활용한 'AI윤석열'은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 합성어) 사이에서 일종의 '밈(인터넷상 2차 창작 패러디)'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당시 경선후보) 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제주도사진기자회
그러나 윤 후보 본인의 잇단 현실인식 부족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며 찬 물을 끼얹는 형국이다. 지난해 말 윤 후보는 전북대 학생들과의 대담에서 청년실업률에 대한 질문에 "디지털 고도화가 된 졸업생은 절대 취업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며 "앱을 깔면 어떤 기업이 누굴 필요로 하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때가 1~2학년이 졸업하기 전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구인·구직 앱이 보편화한 상황에서 나온 엉뚱한 답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 역시 윤 후보의 현실인식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인식 문제"라며 "주변 젊은 참모들의 전략을 과하게 믿는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