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신라젠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현필 신라젠 전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박연욱)는 8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 전 대표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 전 대표가 임상시험 실패를 미리 예견했다면 보유하던 스톡옵션도 시급히 행사해 매각했을 텐데 그렇지 않았고, 신라젠 주식을 일시에 한 번에 매도하지 않는 등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공개 중요 정보를 취득한 후 주식을 매도했다거나 비정상적 주식매매라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 측 항소를 기각했다.
또한 “(미국에 있던) 신라젠 직원이 (펙사벡 임상3상) 분석 결과나 정보를 신 전 대표에게 전달하려면 전화나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수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통신 내용에는 이에 부합하는 객관적 사실을 볼 수 없다”며 “미공개 중요정보가 생성되거나 그 정보가 신 전 대표에게 전달된 과정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 전 대표는 신라젠이 개발하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3상 시험 결과가 부정적이란 사실을 미리 알고 2019년 6~7월 보유한 주식 전량(16만7777주)을 약 88억원에 매도해 64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6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신라젠은 '펙사벡'의 임상3상 시험 성공 기대감으로 1년 만에 주가가 10배 치솟으며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8월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가 펙사벡의 임상 3상 중단을 권고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신 전 대표가 펙사벡의 임상 3상 중단 가능성 정보를 미리 접하고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주식을 대량 팔았다고 봤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펙사벡 임상3상에 대한 1차 중간 분석 결과가 부정적일 것으로 예측되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인식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미공개 중요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부족하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손실 회피 의혹을 받았으나 펙사벡 임상 3상 중단 공시 보다 1~2년 전 주식을 매도했다는 이유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다만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자기자본 없이 얻은 350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2000억원에 달하는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신라젠은 현재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오는 18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신라젠 상장폐지 여부를 확정한다.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 회원들이 2020년 7월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님께 드리는 신라젠 17만 주주들의 호소문’을 낭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