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10일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측이 사회적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택배노조측에 따르면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민노총 소속 노동자 900여명이 농성을 위해 모였다. 노조측은 이들이 각 300명씩 회사 앞·뒤·옆으로 나눠 자리를 잡았다고 밝혔다. 이날 모인 전체 인원 중 절반 정도는 경찰에 가로막혀 본사와 약 100여미터 떨어진 곳에서 농성했다. CJ대한통운측이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해 경찰들이 건물을 둘러싸 출입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최국진 민주노총 조직실장은 노조원들을 향해 “물리적 충돌은 막아야 하지 않겠냐”며 무리한 진입으로 인한 경찰과의 충돌이 생길 것을 경계했다.
전날 본사를 기습점검한 노조원들도 창문에 바싹 붙어 밖에 모인 노조원들과 투쟁을 함께했다. 이들은 창문에 ‘대화 좀 하자’,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구호를 쓴 종이를 붙이고, 노조원들의 투쟁 구호에 맞춰 피켓을 흔들기도 했다.
택배노조의 총파업 투쟁은 지난해 12월28일부터 시작해, 오늘로 46일 차에 접어들었다. 이들은 일관되게 지난 2021년 6월 CJ대한통운이 약속한 사회적합의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한다. CJ대한통운이 택배 요금 인상분이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에 쓰이고 있다고 했지만, 체감되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통운은 지난 4월부터 점차 택배 요금을 140원가량 인상하고 있는데, 이 중 70원을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는 택배 인상분을 242원가량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 중 요금 인상을 거부한 거래업체의 요금을 떠받는 형식의 ‘선공제’도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을 명목으로 요금을 올려놓고 회사 이윤만 키우는 게 아냐고도 했다.
실제 대한통운의 올 3분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올해 택배 평균단가는 △1분기 1999원 △2분기 2132원 △3분기는 2193원으로 3분기 연속 상승했다. 택배부문 영업이익은 △1분기 164억원에서 △2분기 525억으로 급증했고 △3분기에는 624억원으로 급증했다.
김인봉 택배노조 사무처장은 “물류 작업자를 새로 배치에 업무를 줄여주겠다고 했지만, 단속 점검이 나올 때만 서 있게 하는 등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배 요금은 인상됐는데, 기사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한선범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대한통운은 사회적 합의를 잘 지키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럼 진짜 처우개선에 쓰였는지 검증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대한통운은 택배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공식 입장문을 <뉴스토마토>에 보내 “회사는 택배노조가 자행한 본사 건물 불법점거와 무자비한 집단폭력 행위를 강력 규탄하며, 불법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택배기사분들에게 업계 최고수준의 처우와 작업환경을 지속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및 산하 전국택배노조 회원들이 11일 서울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과로사 주범 CJ재벌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