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울=뉴스토마토 최병호·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15일 보수 심장부인 대구를 찾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무속 논란을 저격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책 마련을 약속했다. 이번 대선을 '유능 대 무능', '통합 대 분열'로 치르겠다는 전략도 여전했다.
이 후보는 이날 대구 동성로 연설을 통해 "제가 태어나고 자란 이곳에서 공식 선거운동 첫 날에 여러분을 만나게 돼 눈물나게 반갑다"며 "대구·경북이 낳은 첫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나라를 위해 일할 기회를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앞서 부산에서 언급했던 통합의 정치를 재차 강조, "좋은 정책이라면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필요하다면 김대중이냐 박정희냐, 좌파냐 우파냐를 가리지 않는다"며 "실력을 실적으로 증명한 제게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겨주면 경제를 확실히 살리겠다"고 했다.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구시 중구 동성로를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후보는 윤 후보에 대한 작심 비판에도 나섰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대구에서 확진자가 폭증했을 당시 검찰이 방역을 위한 신천지 신도명단 압수수색에 미진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공세를 펼쳤다. 당시 윤 후보는 검찰총장이었다. 이 후보는 "코로나19 초기 대구 시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가족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떠나갈 때 얼마나 슬프고 애달팠는가"라며 "신천지가 코로나19를 퍼뜨리고 방역에 비협조할 때 신속히 압수수색을 해서 명단을 구하고 방역조치를 제대로 했더라면 한 명이라도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겠지만, 신천지는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교 주술집단의 반격이 두려워 어떤 정치인도 부딪히지 않으려고 할 때 저는 정치생명을 걸고 도지사가 할 일을 했다"며 "과천 신천지 본진에 쳐들어가 명부를 확보했고, 시설을 폐쇄하고, 교주 이만희의 아방궁까지 직접 가서 검사를 강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의사결정은 과학적 합리성에 기초해 결정돼야 한다"며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과 혜안이 있어야 하고, 국민께 가장 유익한 길을 선택해야 하고, 나의 모든 것을 버려서 국민만을 위해 일할 유능하고 합리적 공직자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신천지 압수수색에 소극적이었던 윤 후보를 주술에 빠진 무능한 후보로 규정하고, 자신은 실천력과 유능함을 갖춘 후보임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이 후보는 아울러 코로나 장기화로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소상공인의 생계민심을 보살피기 위해 당선시 긴급재정명령을 발동해서라도 50조원 이상의 보상과 손실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유연하고 스마트한 방역을 통해 위중증 환자를 집중관리하면서 시민들의 일상회복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간 국가를 대신해 국민이 치른 희생과 손실을 고려해,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유세차에 올라 이 후보를 지원 사격했다. 추 전 장관은 대구시 달성군 출신으로 이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그는 자신의 신천지 압수수색 지시를 거부한 윤 후보를 겨냥, "신천지 성도는 무섭고 대구시민의 생명은 보살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냐"며 "건진법사 말은 들어야 되고, 대통령과 장관이 내린 지시는 거역해도 된다는 말이냐"고 따졌다. 이어 윤 후보가 전날 발표한 공약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검찰을 시켜 없는 죄도 만들어내고, 미운 언론에는 재갈을 물리고 검찰 독재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윤 후보에게 대구시민 여러분이 심판을 내려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추 전 장관은 연설 도중 갑자기 손바닥을 펴고선 시민들에게 "여러분 왕(王)자 보이죠?"라고 묻기도 했다. 과거 TV토론에서 윤 후보가 손바닥에 '왕'자를 쓰고 나와 무속 논란이 벌어졌던 것을 상기시키는 돌발행동이었다. 궁금해진 시민들이 추 전 장관 손바닥을 응시하자 그는 손바닥을 펼쳐 파란색 장갑을 보였다. 거기엔 '앞으로 제대로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적혀 있었다.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해 이재명'은 이 후보의 선거 슬로건이다.
대구·서울=최병호·장윤서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