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5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번 선거는 국민이 정권을 교체해야겠다는 열망이 높기 때문에 우리 후보를 비롯해서 선거대책위원회가 별다른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저는 정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 첫 선대위 회의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던졌던 경고다. 당시 김 위원장은 대선 승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윤석열 후보를 향해 실수를 조심하라고 재차 당부했다. 말실수가 빚을 표심 이반을 우려한 공개적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그의 지적대로 윤 후보는 잇단 실언과 논란이 될 만한 행동으로 각종 구설에 휘말렸다. 앞서나가던 지지율 흐름도 다시 오차범위 내의 접전으로 전환됐다. 김 위원장의 경고가 현실이 된 모양새다.
특히 지난 9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가 민심 이반을 부채질했다. 윤 후보는 해당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며 적극 동의했다. 이는 곧 정치보복 선언으로 해석됐고,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대선에 끌어들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10일 참모회의에서 윤 후보를 향해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점잖은 그의 평소 어법과 비교해 "강력한 분노"라는 표현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후폭풍도 예사롭지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한 반감으로 그간 대선을 관망하던 친문 및 호남의 결집이 빠르게 이뤄졌다. 정치보복을 우려한 중도층 표심도 흔들렸다. 15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 윤 후보는 43.2%의 지지를 얻어 40.2%의 이 후보 추격을 턱 밑까지 허용해야 했다. 직전 조사와 비교해 이 후보 지지율은 36.8%에서 40.2%로, 3.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윤 후보는 44.9%에서 43.2%로, 1.7%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두 후보 간 격차는 8.1%포인트에서 오차범위 이내인 3.0%포인트로 대폭 줄어들었다. 민주당 지지 기반인 40대와 함께 중도층의 지지가 이 후보로 쏠렸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사법제도와 법집행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후보가 14일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총장의 독립된 예산 편성권을 보장하며, 공수처의 대대적 수술과 함께 검경 수사권 재조정의 뜻을 내비친 사법개혁 공약은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라 설명했지만, 이는 선출권력으로부터 통제받지 않겠다는 무소불위 검찰권력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장 군사정권을 상기시키며 검찰정권 등장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철저한 검찰주의자인 윤 후보의 속내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 후보는 지난 12일 여수행 기차 안에서 "진실을 왜곡한 기사 하나가 언론사 전체를 파산하게도 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 언론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면 공정성 문제가 없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윤 후보의 발언은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언론중재법에 찬성하는 취지로 해석됐고, 이준석 대표는 현장에서 "윤 후보는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수습에 나서야 했다. 또 13일에는 기차 좌석에 구두를 신은 채 발을 올린 사진이 공개돼 비판을 받아야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에 "후보로서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다리소극장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는 이 정부에서 검찰총장이라는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아니냐. 그때는 이 정부의 적폐를 몰랐겠느냐"며 "그런 측면에서 적절치 못한 얘기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같은 날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서도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에 얘기하면 별개의 문제인데, 후보로서 그런 얘기를 했다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포함해 자신이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기간 후보의 말실수를 가장 경계했다. 말 한마디 잘못으로 얼마나 많은 표를 잃을 수 있는지 과거 여러 선거를 통해 경험했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이 지난달 3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를 향해 "내가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윤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우리가 해주는 대로 연기만 좀 해달라"고 언급한 것 또한 대선후보를 상대로 선을 넘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만큼 실언을 조심하라는 취지가 담겨있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10일 서울 마포구 다리소극장에서 열린 출간기념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