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동남경찰서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세 버스를 합동 감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지지율 정체로 고전하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선거운동원 사망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마주했다. 사고 수습을 위해 선거운동 전면 중단을 선언하면서 단일화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의사·벤처기업가 출신으로서 그간 내세웠던 전문성에도 치명상을 입었다.
안 후보는 16일 오후 유세 버스 안에서 사망한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 A씨의 빈소가 마련된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객들을 직접 맞았다. 전날 단국대병원과 버스기사 B씨 시신이 안치된 순천향대 천안병원을 찾은 데 이어 두 번째 조문이다. 안 후보는 이날 침통한 표정으로 "저희를 도와주시던 분들이 이렇게 불의의 사고를 당해 정말 황망함을 금할 수 없다"며 "사고 수습에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당은 A씨의 장례를 국민의당 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국민의당은 안 후보를 포함한 모든 선거운동원의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다. 현재로서는 언제쯤 선거운동을 재개할지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당은 침통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한 관계자는 "전날 갑작스럽게 사고 소식을 접하고 급하게 천안으로 향했다"며 "공식 선거운동 첫 날에 생각지도 않은 사고가 발생해 매우 놀랐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관계자들도 "지금 다들 경황이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16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동남경찰서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붉은색 연기가 나오는 연막을 이용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유세 버스 내부로 연막이 들어가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사고로 인해 지난 13일 안 후보가 회심의 카드로 꺼내든 단일화는 소리 없이 사라졌다. 단일화 제안에 응답하라는 안 후보의 독촉에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묵묵부답하며 사실상 고사작전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제는 단일화를 입 밖에도 꺼내기 힘들어졌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체계와 조치를 연일 비판하며 "국민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당의 선거운동원조차 지키지 못한 상황이 되면서 그가 강조했던 의사로서의 전문성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안전수칙 사전 고지를 놓고 논란이 가중되는 것도 안 후보로서는 부담이다. 이날 사망하거나 다친 기사들이 사전에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을 것이란 버스 제공업체 주장과 함께 안전수칙 관련해 아무런 사전 고지를 받지 못했다는 버스 기사 주장이 나왔다. 이는 전날 "(스크린 설치)업체가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을 켤 때는 문을 열어두고 가동해야 한다는 안전수칙을 (버스 기사들에게) 미리 공지했다고 들었다"고 밝힌 국민의당 설명과 배치된다.
16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동남경찰서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붉은색 연기가 나오는 연막을 이용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유세 버스 내부로 연막이 들어가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사고는 버스 창문을 닫은 채 LED 스크린을 켜다가 일산화탄소가 유출돼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LED 스크린을 켤 때 일산화탄소가 발생, 질식사할 수 있어 반드시 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한다는 안전수칙을 미리 인지했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규명에 들어갔고 고용노동부도 사고 현장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지도 관건이다. 현 중대재해법은 사업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고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현행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국민의당을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볼 수 있는지, 피해자들의 근로계약 주체가 국민의당인지 등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는 "중대재해법까지 얘기가 나오는데 안 후보에게는 좋지 않은 흐름"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던 안 후보의 일성에 힘이 실리지 않게 된 것은 물론 향후 거취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한참 레이스를 하다, 쇼트트랙을 하다가 미끄러지면 다시 참여하기가 힘든 것이어서 개인적으로 (이번 사고가 안 후보의 대선 완주에)변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