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오는 7월부터 금융 공공기관에도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는 가운데 기관 노조의 기득권만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진다. 대부분의 금융기관에서 노동이사로 노조 관계자가 선출될 것이 유력해 보이는데, 이 경우 이미 기득권화 된 노조가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1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7월부터 금융기관들도 노동이사제를 채택해야 한다. 신용보증기금과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민금융진흥원 5곳이 적용 대상이다.
노동이사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비상임이사에 3년 이상 재직한 해당 기관 소속 근로자 중 근로자 대표의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은 경우 선임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들 사이에선 노동이사로 노조위원장이나 노조 관계자가 유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복수의 노조가 있는 곳은 투표를 통해 노동이사를 선출하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결국엔 노조 인사가 노동이사로 뽑히는게 가장 자연스러운 그림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가 노동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면 의사결정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 특유의 대립적 노사관계 문화 속에서 노사 간 갈등이 발생할 경우 노동이사가 무조건 노동자의 입장만 대변한다면 결국 노조의 기득권만 강화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전문가는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노사 문화의 토양 자체가 다르다”면서 “지금의 대립적 노사 관계 속에서 노동이사가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사회에서 주주권과 충돌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노동이사의 자질이 중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이사는 노조의 일원이란 역할과 함께 이와 별개로 이사로서의 역할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국회 본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