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자원개발에 손놓는 기조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자 최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어 진화에 나섰다. 매각 추진 중이었던 공공기관 투자 해외자산 중에서 공급망 측면에서 중요한 자산인 경우 매각의 적정성을 전체 국익 차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가자원안보특별법을 제정하고 수입 다변화, 공급망 지원 기금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21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햐 전문가들은 정부 계획을 일정 긍정평가하면서도 보완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민간 기업이 자원 확보에 제대로 뛰어들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 등 모델처럼 민간이 주축이 돼서 개발해야 한다"면서 "정부에서는 이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라든지, 민간이 제약을 받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시스템이 재편돼야 한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조성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장도 "정부 입장에서는 생색을 내고 싶겠으나, 튼튼한 서포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플레이어(선수)가 자원 확보하러 가야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어느 정도로 나서야 하는지는 견해 차이가 있었다. 박 교수는 "공기업은 정보 공개로 인한 전략 노출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다"면서 "제도 개선하고 시장 플레이어를 재구성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조 연구원은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다시한번 대표 선수로 자원개발하는데 나서줘야 한다"며 "개별기업을 하나씩 도와주기보다는 국가 전체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17일 한국광해광업공단 출범 홍보 이미지. 사진/한국광해광업공단 유튜브 채널 캡처
특히 희귀 광물의 경우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자원공학회,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 등 5개 기관은 최근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얼라이언스'를 구축한 바 있다. 이들은 △핵심광물 확보전략 수립 및 정책 발굴 노력 △국내 핵심광물 수요기업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여건 조성 △핵심광물 확보에 필요한 기술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의 실용적 방안 마련 협력 등을 통해 전략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조 본부장은 "희귀 광물은 주로 다른 자원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직접 탐사하고 개발한 경험이 세계적으로도 부족하다"며 "옛날처럼 특정 광산을 확보하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없는 기술을 만들면서 자원을 수급해야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물로써 캐는 것 말고도 따로 발견할 수 있는지 알아내야 하고, 폐유전·폐광산·국내 탐사, 리사이클링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면서 "전통적인 석유 시추와는 다른 셰일가스 공법이 현재 사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5개 기관은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얼라이언스' 구축 협약을 맺었다. 사진은 광물 개발 지원 정책 관련 이미지. 사진/한국광해광업공단 사이트
조 본부장은 또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매각이 난감하다"며 "광산을 유지한 상태로 '완성형' 재련 기술을 만들어야 비슷한 환경의 인도네시아로 진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원이 없는 한국이 미국 주도의 자원 공급망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술적 역량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자원이 필요한 기업들이 해외에 나갔을 때 예산뿐 아니라, 기술 부분까지도 서포트할 수 있는 전략적 측면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