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신태현 기자] 한국이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희귀 자원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희귀 자원은 니켈(N), 코발트(C), 망간(M), 리튬(Li)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들 원재료는 태양광·풍력 발전 및 전기차에 필수적으로 쓰이며 최근에는 반도체, 신재생 에너지까지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희소성이 크고 채굴지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다량의 공급망 확보가 관건인 상황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희귀 광물 3종의 수급안정화지수가 올해 들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리튬은 최근 2017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해 세 광물 중 유일하게 '공급위기'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2월 수급안정지수를 보면 100점 만점 기준 니켈은 7.40, 코발트는 7.82로 ‘수급불안’, 리튬은 1.92로 ‘수급위기’다. 수급불안은 5~20, 수급위기는 0~5에 해당한다.
수급 상황이 악화되자 가격도 천정부지도 치솟고 있다. 17일 기준 코발트 가격은 톤당 7만725달러로 1년 전보다 37.81% 올랐다. 니켈은 톤당 2만4150달러로 전년 대비 30.63% 상승했다. 망간도 전년 대비 6.6% 오른 1715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리튬 가격은 킬로그램당 417.5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267.26% 급등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구선정 디자이너
이들 원재료는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전구체와 양극재에 활용된다. 니켈·코발트·망간을 적정 비율로 섞어 리튬을 첨가하면 양극재가 된다. 양극재 1톤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구체 1톤과 리튬 0.5톤이 필요하다. 전구체 단계에서 NCM 농도 분포 구조가 결정되기 때문에 배터리 성능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특히 이들 소재는 중국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중국은 전년 대비 48% 늘어난 13만6684톤의 NCM 전구체를 수출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한국은 전구체 99.9%를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국산 전구체와 중국 수입 전구체의 가격은 30% 이상 차이가 난다”며 “전구체를 만들 때 폐수 처리 비용이 막대하고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국내 생산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사진/삼성SDI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 리튬 수요가 2020년의 42배, 코발트는 21배, 니켈은 19배 증가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주요 국가들은 희소금속 확보 경쟁에 이미 돌입한 상황이다. 미국은 희토류를 포함한 4대 핵심 품목 공급망 강화 전략을 펴고 있으며 중국은 올 초에 희토류 관리조례 초안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희소금속 산업 발전 대책 2.0'을 내놓고 니켈과 리튬 등 희소금속 평균 비축물량을 현행 56.8일분에서 100일분까지 확대했다. 이밖에도 희소금속 전용 비축기지를 확보해 수급 안정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또 조달청과 광물자원공사로 이원화된 희소금속 비축·관리 기능도 광물공사로 일원화한다.
조재훈·신태현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