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인프라·규제에 발목 잡힌 전기트럭

입력 : 2022-02-24 오전 6:00:00
승용차와 소형 트럭의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중·대형 트럭은 상당히 더디다. 정부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선 주행거리가 긴 중·대형 트럭의 전동화가 필수인 상황인데 관련 충전 인프라와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볼보트럭이 올해 말 한국에 처음으로 대형 전기트럭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1회 충전으로 최대 주행 거리 300㎞(배터리 충전율 80% 기준), 배터리 용량 최대 540kWh로 13ℓ 디젤 엔진을 능가하는 약 670마력의 성능을 발휘한다. 총 중량 40톤을 적재할 수 있고 충전 시 1시간 30분 내 80%, 6~12시간 100%까지 가능하다. 유럽에서는 오는 8월부터 양산과 판매에 들어간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볼보트럭을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트럭, 만 트럭, 스카니아 등이 중대형 전기트럭 개발 및 양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대형 전기트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충전 인프라가 가장 큰 문제다. 현재 공공 충전소는 대부분 승용차 전용이다. 대형 트럭이 충전할 수 있는 크기는 없다시피 하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대형 전기트럭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대형 전기트럭용 공공 충전시설 확충 속도가 얼마나 빠르게 늘어날 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는 대형 전기트럭 대신 2020년부터 수소트럭 '엑시언트'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가 움직이자 정부는 매년 두 곳씩 수소트럭용 대용량 충전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상용차 폭(너비) 상한규제가 친환경차 도입을 막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2.55m인데 한국은 2.5m로 제한하고 있다.
 
볼보트럭이 유럽에서 판매하는 중형 전기트럭은 폭이 2.5m가 넘어 국내에 들어올 수 없다. 국내에 대형 전기트럭만 선보이는 이유다. 볼보트럭은 국내 도입을 위해 폭 2.5m의 대형 전기트럭을 따로 제작했을 정도다. 그만큼 다양한 대형 트럭이 들어오기 힘든 구조다.
 
대형 전기트럭의 핵심인 보조금도 해결돼야 한다. 유럽의 경우 12개국에서 대형 전기트럭 보조금 제도를 시행 중인데 국내는 판매되는 모델이 없다보니 보조금 규모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현대차 '엑시언트'는 1대에 최대 4억5000만원의 구매보조금을 지급한다. 차 가격은 7억~1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금을 더해도 일반 트럭보다 비싸다. 대형 전기트럭 보조금 규모가 예상 보다 적을 경우 전동화 전환은 늦어질 게 뻔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에서 대형트럭이 차지하는 비중은 1%대다. 이에 비해 대형트럭이 연간 배출하는 초미세먼지 양은 자동차 전체 배출량의 24.2%에 달한다. 전동화가 어떤 차종보다도 대형트럭 시장에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국내에는 1톤 전기트럭만 있을 뿐 중·대형 전기트럭은 없다. 충전 인프라 확충과 관련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황준익 산업1부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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