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최근 대장동 녹취록 속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현직 대법관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언론 앞에 직접 나서 적극적인 해명을 했을 뿐 아니라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가열되는 대선 판에서 본인에 대한 의혹이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조 대법관은 23일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그분이란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면서 "검찰이 볼 때 필요하다면 즉시 나를 불러 달라"고 말했다.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 검찰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자신을 둘러싼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을 넘어 조사를 촉구한 것이다.
대장동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사진)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사진은 조 대법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 발표를 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조 대법관은 의혹이 제기된 후 정면 대응을 자제해왔다. 같은 의혹이 이미 작년 10월 제기됐다가 금세 잦아들었던 적이 있다는 점과 현직 대법관이란 신분을 고려해서다. 하지만 오히려 추가 보도와 대선 후보들을 비롯한 정치권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의혹이 점점 커지자 전면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조 대법관은 "현직 대법관으로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침묵을 지키는 게 옳으냐, 떳떳하게 국민들에게 사실을 밝히는 게 옳으냐, 며칠 밤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고민했다"며 "오늘 새벽, 기자회견을 통해 궁금해하시는 것을 소상하게 밝히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작년 10월과 달리 의혹이 계속 증폭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허위인 내용이 점점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지켜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도 우려된다고 했다.
조 대법관은 "(이번 의혹이)국민의 신뢰를 존립의 바탕으로 하는 사법부의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는 격이란 생각을 했다"며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대장동 의혹의 실체로 현직 대법관이 거명된 것에 대해 전국 3000여 법관이 받을 마음의 상처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자회견을 자청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선 것은 전적으로 조 대법관 자신의 결정으로 대법원 내부의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영학 녹취록'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법관에게 50억 상당의 빌라를 제공했는데 그곳에 대법관의 자녀가 거주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부분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고 조 대법관이 해당 인물로 지목됐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