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핵심인물인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힌다. 현직 대법관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공개 기자회견을 연 사례는 아직 없었다.
법원행정처는 조 대법관이 23일 오후 2시 대법원 청사 401호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혔다. 단순히 준비한 입장문을 낭독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도 준비된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인물로 현직 대법관인 자신이 지목되면서 국민의 사법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단으로 보인다.
조 대법관은 최근 언론을 통해 일부 보도된 2021년 2월4일치 '정영학 녹취록'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통해 '그분'으로 지목됐다. 속칭 '대장동 그분'은 김씨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로 언급한 사람이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사건 초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그분'이 아니냐는 추정이 야권으로부터 흘러나와 논란이 확산됐다.
조 대법관이 받고 있는 의혹은 크게 두가지다. 화천대유 자회사격인 '천화동인1호' 배당금의 실소유주인지 여부와, 김씨로부터 딸이 거주하는 50억 상당의 빌라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다.
김씨가 조 대법관을 '그분'으로 정 회계사에게 언급한 이유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상고심에 계류됐었던 사실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이 후보는 2020년 7월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그로부터 석달 뒤인 10월16일 파기환송심인 수원고법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 당시 조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이었다.
지난 18일자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김씨는 2021년 2월4일 정영학 회계사에게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처장이 재판부에 넣는 게 없거든,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이 임명되지만 재판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기 위해 조 대법관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조 대법관은 김씨가 정 회계사에게 자신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김씨가 누구인지 모를 뿐만 아니라 녹취록 등에서 한번도 본인의 이름을 봤다는 사람도 없다"면서 "그걸 누가 그렇게 했는지 아주 황당하다"고 의혹 연루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에 열리는 기자회견도 이런 해명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관의 기자회견은 라이브 방송으로 중계된다.
조재연 대법관이 지난해 8월30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국민의힘 박용찬 서울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이 영등포구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낸 4.15 총선 무효소송 검증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