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까지 가중되면서 경기 침체 속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스태그네이션·인플레이션 합성어, Stagflation)' 우려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국제 유가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2014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데다, 환율도 1200원을 넘어섰다. 특히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3% 유지에 그친 반면,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 중인 생산자물가지수와 물가상승률 전망도 3.1%로 대폭 상향하면서 '저성장·고물가'에 대한 근심이 커질 전망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전월 대비 0.9% 상승한 114.24를 기록했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에서 생산자가 시장에 출하하는 각종 상품과 서비스의 종합적인 가격 수준을 측정해 지수화한 수치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공산품 지수는 전월 대비 0.9% 상승한 116.52를 나타냈다. 이 역시 역대 최고치다. 석탄 및 석유제품은 5.2%, 화학제품은 1.0%로 모두 올랐다.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국제유가가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는 8년만에 10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보다 4.61% 오른 101.34달러 수준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전장보다 4.83% 뛴 96.55달러를 기록 중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향후 생산자물가를 상방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넉달째 3%대인 소비자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 생산자물가는 통상적으로 한 달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환율도 1200원을 돌파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이 전해진 오후 1시부터 원·달러 환율은 수직 상승해 1203원대까지 올라섰다. 환율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전 거래일보다 8.80원 오른 1202.4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우리기업의 원자재 수입 부담은 더욱 커졌다.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가격 급등으로 석달 연속 적자를 바라보고 있는 무역수지의 개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한은은 이날 올해 연간 물가 전망치를 2.0%에서 3.1%로 대폭 올린 상태다. 오는 3월 4일 발표 예정인 소비자물가동향에서 2월 물가가 4%를 기록할 수 있다는 예상이 반영된 것이다. 반면 경제성장률 전망은 종전과 동일한 3.0%로 유지했으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일부 경제계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비용충격이 발생하면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글로벌 원자재 비중이 높아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는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 수위가 높아질 경우 글로벌 교역이 위축으로 국내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를 전제로 해야 하는데 최근 물가 오름세가 높지만 성장 흐름을 보면 수출 호조, 소비의 기조적 회복 흐름에 힘입어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잠재 수준을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에너지가격 상승이 특히 악화되고 있고 물가가 3%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물가 상승세는 상당히 거센 것으로 보여진다"며 "동시에 공급 비용 상승이 경기를 위축시키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은 이미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전월 대비 0.9% 상승한 114.24였다. 사진은 주유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