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를 지칭하는 이른바 '그분' 의혹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대선 막판으로 갈 수록 실체는 없고 추측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의혹의 출발점인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이 흔들리면서 '그분'의 실재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그분' 논란은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한 지난해 10월 초 시작됐다.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다.
야당은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그분이라고 지목하고 강한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수사를 지휘하는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작년 10월14일 국정감사에서 "(녹취록에)그분이란 표현이 한 군데 있지만 정치인 그분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를 지칭하는 '그분'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사진=뉴시스)
대장동 사업을 주도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그분 아니냔 설도 제기됐다. 녹취록 속 김씨의 발언과 대장동 핵심인물 중 하나인 남욱 변호사의 진술 등이 근거였다. 최근에는 조재연 대법관이 지목됐다. 조 대법관은 대법관으로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사실무근이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녹취록에서 그분을 언급한 김씨는 그분 논란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천화동인 1호는 자신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의혹 제기와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검찰 조사를 통해 그분의 정체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어서다. 분명한 실체가 보이지 않으니 정치권이 파편적으로 나오는 녹취록을 본인들 입맛대로 해석하면서 논란이 반복·확산할 수밖에 없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장동 수사는 검찰의 의지 부족인지 능력 부족인지 모르겠지만 부패사건의 핵심인 자금 흐름 추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돈을 좇아야 실제로 문제가 있는지 몸통이 누구인지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분'의 존재가 나오지 않는 것은 실재하지 않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명확한 게 있는데 수사를 안 해서 나중에 책임질 일을 만들 리는 없지 않겠느냐"며 "(그분 얘기는)녹취록에 있는 내용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내부고발자가 나오지 않는 이상 자금 추적이 어려운 사건이라며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를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했을 여지가 있다고 봤다.
앞선 법조계 관계자는 "실제로 수백억을 받기로 한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지만 녹취록을 관통하는 게 수익 배분이란 점을 고려하면 김씨가 더 많은 돈을 챙기기 위해 허상을 만들었을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어느 쪽을 떠나 사건 관계자들의 말만 따라간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신빙성이 떨어지는 녹취록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실체를 놓쳤다는 것이다. 김씨도 녹취록과 관련해 정영학 회계사가 녹음하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허위사실을 섞어서 말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