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상돈 "윤석열, 4대강 재자연화 폐기?…MB정부 계승"

"윤석열, 누가 써준 대로 읽었을 것…'문재인 한 건 다 나쁘다' 이것 아닌가"
정부·민주당, 우선적 책임…"집권 초기 힘있게 추진했어야, 시간만 허비했다"
낙동강 수질 경고…"경제성? 헛 돈 썼다…홍수예방? 논의할 가치도 없어"
"이재명은 다를 것, 저지르는 사람 아닌가…성격상 정면돌파 기대"

입력 : 2022-02-27 오후 12:51:07
이상돈 전 의원이 24일 서울 양재역 근처 한 카페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20대 국회에서 4대강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던 이상돈 전 의원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4대강 재자연화 폐기 선언'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윤 후보가 지난 18일 경북 상주시 풍물시장 유세에서 "민주당 정권은 이명박 대통령께서 하신 보사업, 4대강 보 사업을 폄훼하며 부수고 있다. 이것을 잘 지켜 이 지역 농업용수와 깨끗한 물을 상주와 문경 시민이 마음껏 쓰도록 지켜내겠다. 걱정하지 마라"고 말한 데 대해 "한 번이라도 직접 가보면 그런 말 못한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7일 서울 양재역 근처 카페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갖고 MB정부의 4대강 보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윤 후보의 발언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녹조가 그렇게 많은데 무슨 농업용수로 쓰겠느냐"며 "우리가 먹는 곡식에서도 녹조가 나왔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5대강유역협의회 등 환경단체들이 지난 21일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가 농민들을 선동하는 무책임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며 "4대강 보로 흐름이 막힌 강물에 대량 번식한 녹조의 유해성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유해 독성이 쌀 등 농산물에도 축적된다"고 비판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전 의원은 4대강 보 사업이 처음 추진되던 2008년부터 이를 강하게 비판한 대표적인 환경 관련 법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정치 색은 보수에 가까우나 4대강 문제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환경적 가치를 우선시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국민소송단'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으며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20대 총선에서 당선돼 줄곧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하며 4대강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이 전 의원은 윤 후보가 4대강 재자연화 폐기 선언을 한 데 대해 "이명박정부를 계승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심지어 "윤 후보는 4대강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 아니었다. 누가 써줬으니 (그대로)읽었을 것"이라며 "통찰력이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한 건 다 나쁘다' 그런 식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 집권 초기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을 힘있게 밀어붙이지 못한 현 정부와 집권여당인 민주당에 우선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이 환경성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성도 없다는 것이 이미 다 감사원의 판단으로 나왔다"며 "'4대강 보를 그대로 두는 게 좋냐, 해체하는 것이 좋냐'를 결정하는데 시간만 보냈고, 돈만 썼다"고 말했다. 이어 "똑같은 예가 탈원전"이라며 "환경생태적인 가치나 안전이라는 가치를 돈으로 계산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 전 의원은 이명박정부의 4대강 보 사업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먼저 4대강 사업으로 강물이 썩었다는 게 비판의 가장 큰 이유였다. 강이 죽으면서 이른바 '녹조라떼'가 대량으로 번식했다. 특히 낙동강 수질 악화의 위험성을 반복해서 경고했다. 그는 "수돗물로 근근이 쓰이는 낙동강 물도 한 여름에는 녹조 방지제니 여러 가지 약품을 많이 써야 한다"며 "이대로 두면 낙동강 같은 경우, 결국에는 수돗물을 쓰는데 한계가 올 수 있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의 경제성에 대해 "헛 돈 쓴 것"으로 규정하는 한편, 물론 홍수 예방 효과에 대해서도 "오히려 제 때 (수문을)열지 않으면 홍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이 전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평가를 달리했다. 신중하며, 때로는 우유부단한 문 대통령과는 다를 것이라는 게 이 전 의원의 기대였다. 그는 "문 대통령과 달리 이 후보는 어떤 면에서는 시원시원하게 한다"며 "저지르는 사람이다 보니 일적인 면에서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이 되면 성격상 정면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를 이유로 환경운동가들이 "이 후보를 다 지지한다"고 전했다. 
 
이상돈 전 의원이 24일 서울 양재역 근처 한 카페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음은 이상돈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문재인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 어떻게 평가하나.
 
홍종호 서울대 교수가 환경부의 4대강 조사·평가전문위원회 및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을 하면서 경제성 비용 평가를 지긋지긋하게 많이 했다. 4대강 사업이 환경성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성도 없다는 것이 이미 다 감사원의 판단으로 나왔다. (그런데도)‘4대강 보를 그대로 두는 게 좋냐, 해체하는 것이 좋냐’를 결정하는데 시간만 보냈고, 돈만 썼다. 국민의당은 당시 문재인정부, 민주당과 보조를 맞췄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석수를 합하면 국회 과반이 넘는데 약속대로 재자연화하고 경제성 생각하지 말고 추진해야 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경제성을 평가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했다. 굉장히 잘못됐다. 똑같은 예가 탈원전이다. 환경생태적인 가치나 안전이라는 가치를 돈으로 계산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
 
◇정부가 초기에 4대강 보 철거를 추진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취임 초기 환경부에서도 4대강 보 철거 추진을 원했다. 문재인정부 초기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4대강 사업과 흑산공항에 반대하고 설악산 케이블카, 풍력단지도 반대했다. 저하고도 아주 코드가 잘 맞았다.
 
◇민주당이 4대강 재자연화 추진에 소극적이었다고 보는 것인가.
 
민주당이 집권당이 되고 나서 4대강 재자연화를 추진하겠다고 하니 여기저기에서 반대했다. 당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데모하고 난리였다. 민주당이 집권한 다음부터는 지역 민원 챙기는 것도 골치 아프고 여당 자체가 상당히 미온적으로 돌아섰다.
 
◇결과적으로 정부 의지가 있었지만 민주당이 소극적이었다고 봐야 하나.
 
그래도 문 대통령이 (4대강 재자연화 추진에)좀 확신이 있었어야 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4대강 문제 관련해 개선된 것은 없나.
 
조금은 있다. 금강 수문을 개방해서 모래톱이 나오고, 수문을 또 올리면 가라앉았다. 수문을 올리면 물이 좋아지고 그 정도다. 수문 개방 외에는 한 게 없다.
 
◇4대강 문제가 사실 대선에서 이슈화되지 않았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가 지난 18일 경북 상주 유세에서 재자연화 폐기를 선언하면서 논란이 됐다. 
 
(윤 후보의 4대강 재자연화 폐기 선언은)이명박정부를 계승하는 것이라고 본다.
 
◇윤 후보의 4대강 재자연화 폐기 선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윤 후보로 정권이 바뀌면 그대로 두겠다는 것 아닌가. 공약이고 뭐고 할 것도 없다. 특별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예상되는 것 아닌가. 그 전에 민주당도 (4대강 재자연화에) 의지가 없었는데.
 
◇윤 후보가 농업용수와 깨끗한 물을 상주와 문경 시민들이 맘껏 쓰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한 번이라도 (4대강 주변에)가봤으면 좋겠다. 친수공간을 많이 만들었는데 아무도 안 간다. 남한강 친수공간에 사람들이 없다. 사람들이 많이 올 줄 알고 편의점 등이 들어왔는데 다 문 닫았다. 그리고 녹조가 그렇게 많은데 무슨 농업용수로 쓸 수 있나. 우리가 먹는 곡식에서도 녹조가 나왔다는 것 아닌가. 강 근처에서 걸으면 녹조가 많을 때는 오줌 냄새 같은 게 난다. 암모니아 냄새 같은 것이다. 4대강 주변에 가보면 물이 위에서 폭포처럼 떨어지면 기포 같은 게 생기고 냄새가 난다. 썩은 냄새가 난다. 한 번 직접 가보면 그런 말 못한다. 한 여름에 오줌 냄새, 썩는 냄새가 나는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홍수 방지 때문에 4대강 보를 유지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4대강 사업으로 무슨 홍수 방지가 되나. 오히려 제 때 (수문을)열지 않으면 홍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규모가 작은 댐을 여러 개 세우는 게 홍수 예방이나 용수 공급에 좋을 것 같은가, 아니면 최적지에 큼직하게 한 개 세우는 게 나을 것 같은가. 최적지에 큼직하게 한 개 세우는 게 낫다. 그게 홍수 효과가 확실하고 관리하기도 좋다. 작은 댐 여러 개 해놓는 것은 홍수 예방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 4대강 사업으로 홍수 예방이 됐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논의할 가치도 없다.
 
◇4대강 사업에서 가장 큰 문제가 녹조인가.
 
일단 4대강 사업이 경제성이 없다. 헛돈 쓴 것이다. 목적이 없다. 부작용으로는 아무래도 제일 큰 게, 물이 썩는다는 것이다. 지금 4대강을 이렇게 두면 낙동강 같은 경우, 결국에는 수돗물을 쓰는데 한계가 올 수 있다. 수돗물로 근근이 쓰이는 낙동강 물도 한 여름에는 녹조 방지제니 여러 가지 약품을 많이 쓰고 있다. 서울에서는 수돗물을 먹는 경우도 있지만 영남에서는 수돗물을 아예 먹지 않는다. 부산 가면 호텔가서 샤워 한 번 해보면 물이 서울하고 다르다. 미국의 LA가 그렇다. LA가 사막지대여서 물이 멀리서 온다. 그래서 물에서 비누 거품이 잘 안 난다. 대신에 뉴욕이나 미네소타, 위스콘신 등에서는 수돗물이 너무 좋다. 거기 가서 샤워하면 피부가 반들반들해진다. 그만큼 차이가 있다.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 창원의 경우 물을 지리산에서 가져와야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지리산댐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지리산댐이 경상북도 쪽에서 보면 우리가 육안으로 봐도 댐 세우기 딱 좋다. 브이(V)자다. 거대한 댐이 생길 수 있는 구조다. 지금 녹조가 나오더라도 정수를 세게 해서 간신히 기준에 맞춰서 하고 있는데 녹조 상황이 계속 나빠지면 또 다시 지리산댐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다만 그쪽 사람들은 반대할 것 아닌가. 왜 엉뚱한 곳에 물을 줘서 우리 고장 마을이 물에 잠기게 하느냐,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는데 이게 걸림돌이다.
 
2018년 1월 당시 이상돈 전 의원이 경남 창원시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열린 '낙동강 보· 하굿둑 개방 및 모니터링 현황 보고회'에서 정부 관계자, 시민환경단체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낙동강 보를 푸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보를 몇 개 헐어서 물을 흘려서 여름에 썩지 않게 해야 한다. 이명박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큰 일을 저질렀다.
 
◇윤석열 후보가 이 시점에 4대강 재자연화 폐기를 언급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누가 써줬으니 읽었을 것이다.
 
◇윤 후보 주변의 친이명박계 인사들의 영향이라고 보나.
 
그런 것도 있고, 교수 등 그 언저리에 있던 사람들도 있다. 이 사람들은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에서 10년 동안 박해를 당했다. (국민의힘으로)정권이 바뀌고, 2~3년 지나면 완전히 엉망이 된다고 본다.
 
◇4대강 사업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인데, 윤석열 후보가 굳이 이 시점에 4대강 문제를 거론한 이유는 무엇인가.
 
윤석열 후보가 4대강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말하는대로 한 것 같다. 윤 후보 같은 경우는 구태여 자기가 감옥에 집어넣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책을 가져갈 필요가 없다. 깊은 통찰력이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한 건 다 나쁘다' 그런 식으로 본 것 같다. 문 대통령이 한 건 다 나쁜 거니 반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재명 후보가 집권하면 4대강 문제는 어떻게 할 것으로 보나.
 
아무래도 이재명 후보가 집권하면 4대강 재자연화 같은 것은 제대로 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환경운동하는 사람들과 동물보호 운동하는 사람들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 자기들이 바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재명 후보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4대강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고 보나.
 
좀 더 과감하게 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한 일이 홍종호 교수가 내놓은 방안보다도 못한 것 아닌가. 적어도 문재인정부 임기 끝나기 전에 해놨어야 했다. 홍종호 교수도 내심 다 헐고, 수문 상황 보고 어떤 것은 다리만 남겨놓고 해야 했는데 이것도 못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아무래도 그런 것은 문재인정부 보다는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문 대통령과 달리 이 후보는 어떤 면에서는 시원시원하게 한다. 그래서 환경운동하는 사람들은 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
 
◇이 후보의 환경 관련 정책이 문재인정부와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은데.
 
크게 다를 것은 없는데, 문 대통령은 본인이 약속한 것을 못했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저지르는 사람이다 보니 할 수 있을 것 같다. 계곡 사업도 그렇고, 성남 모란시장 등 일적인 면에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환경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눈에 띄지 않는다. 대선 이슈도 아니다. 다만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성격상 정면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대통령이 몇 번 바뀌어도 4대강 문제가 지지부진했다. 환경부에서는 여름에 물 공급 차질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정수를 세게 해서 대응해왔는데, 이게 한계가 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낙동강 하류에서 취수하는데 거기가 위험하다.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굉장히 많은 곳이다.
 
2017년 7월 당시 이상돈 전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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