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보다 비싸"…중고차 시장 주도권 쥐나

(생산 패러다임 바뀐다③) 아이오닉5, 신차보다 비싸게 거래
전기차 가격 상승폭 커…1년 된 쏘렌토도 감가 0.7% 불과
신차 공급난에 중고차 시장 확대…현대차·기아도 진출

입력 : 2022-03-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신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중고차 가격이 치솟고 있다. 심지어 중고차 값이 신차 값을 추월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2일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005380) 아이오닉 5의 중고차 평균 시세는 4906만원으로 전월 대비 4.2% 상승했다.
 
전기차 중고차 시세 상승 톱10.(그래픽=뉴스토마토)
 
아이오닉 5 신차 출고 가격은 4695만원~5755만원이다. 전기차 보조금 900만원(서울시 기준)을 받으면 실 구매가는 3795만원으로 중고차 가격이 신차를 뛰어넘는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기아(000270) 봉고3 EV도 2450만원으로 16.7% 올랐고 포터2 일렉트릭도 2650만원으로 상승했다. 신차 가격이 8000만원 안팎인 테슬라 모델Y의 중고차 평균 시세는 7867만원으로 30.4% 올랐다. 기아 쏘울 EV, 테슬라 모델 3·모델 S 등도 2~5%가량 가격이 높아졌다.
 
박상일 케이카 팀장은 "신차 출고가 최저 금액이 7989만원인 모델Y의 경우 이례적으로 상승폭이 큰 상황으로 반도체 수급난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종된 스탠다드 등급의 경우 지난해 신차 구매가보다 현재 중고차 시세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뿐만 아니라 인기 내연기관차도 신차와 비슷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모바일 중고차 플랫폼기업 첫차에 따르면 2021년식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은 지난달 최고 4620만원에 매입됐다. 출고가 대비 감가율이 0.7%에 불과하다.
 
신차 대기기간이 14개월에 달하는 인기 차종인데다 소비자들이 신차급 중고차로 눈을 돌리면서 매입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2021년식 스포티지도 최고 3780만원으로 5% 감가에 그쳤다.
 
중고차 값 상승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중고차 가격은 오르고 있다. 미국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 내 중고차 가격은 전년 대비 40.5% 폭등했다. 
 
신차 대신 당장 받을 수 있는 중고차를 사려는 수요가 늘면서 중고차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등록 대수는 394만대로 같은 기간 신차 등록 대수(174만대) 보다 2배 이상 많다.
 
기아 스포티지.(사진=기아)
 
여기에 올해 현대차·기아가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면 시장의 투명성은 높아지고 거래 규모도 더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1월 각각 경기 용인시와 전북 정읍시에 자동차매매업 등록 신청을 했다. 이미 수입차 업체들은 인증 중고차 사업을 확대하고 나섰다. 수입차의 인증 중고차 매장은 100곳이 넘는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앞으로 미국이나 독일처럼 중고차 시장이 신차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중고차에 대한 적정한 가치를 보장해주고 신차 판매까지 연결되는 등 중고차 판매 방식이 다양해져 질 좋은 중고차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이달 초 열릴 예정인 중소벤처기업부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현재 중기부는 현대차에 '중고차 사업 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린 상태다. 법적 강제성은 없으나 정부 권고를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중기부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 중고차 업계가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반발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최종 결정을 이달로 미뤘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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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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