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여야 대선후보들이 마지막 법정 TV토론을 앞에 두고 일정을 최소화하면서 토론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 속에,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을 잡기 위함이다. 각 주자들은 선거 전 마지막 TV토론인 만큼 저마다 회심의 카드를 준비하며 상대의 취약점을 노린다. 방어보다는 공격에 주력하는 창 대 창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일 오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리는 법정 TV토론회에 나선다. 주제는 '사회' 분야지만, 주도권 토론에서는 이에 상관없이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의혹을 비롯해 주가조작, 정치보복 등 앞서 다뤄졌던 각종 논란들도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윤석열 양강 후보의 진흙탕 싸움 속에 안철수, 심상정 후보는 차별화로 존재감을 꾀할 전망이다. 마지막 TV토론인 만큼 유권자들의 관심도 또한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데일리안·여론조사공정㈜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TV토론에 따라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이 18.2%로 나왔다. 5명 중 1명꼴이다.
이재명 후보는 화법과 태도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후보를 향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면서도 안철수, 심상정 후보에게는 최대한 유연하게 접근한다는 전략이다. 통합정부를 매개로 기득권 양당제 타파, 다당제 확립 등 정치개혁안도 당론으로 의원총회에서 의결된 만큼 두 사람 지지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곧 '반윤석열 연대'의 모색과도 같다. 동시에 윤 후보를 분열과 무능의 대상으로 규정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정치개혁안을 내놓은 뒤 심 후보나 김동연 후보 등의 공격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며 “‘차라리 이재명이 낫다’고 이야기해주는 담론의 연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후보는 특히 안 후보에게 애정을 보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1일 열린 TV토론(경제 분야)에서 야권 단일화를 철회한 안 후보에게 “정치체제를 바꾸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며 “제3의 선택이 가능한 그런 국가로 가야 한다”고 연대의 손짓을 보냈다. 이에 안 후보는 “저는 정치한 10년 동안 다당제가 소신”이라고 말한 데 이어 25일 TV토론(정치 분야)에서는 "과연 의원총회를 통과할 것인가. 저는 그게 키(Key)라고 본다”고 진정성 있는 실행을 요구했다. 이 후보는 “제가 당론으로 확정해서 의총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28일 대구·경북 유세에서 "통합의 정치,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진짜 정치교체를 하자"면서 "(이는)이재명의 주장이고, 안철수의 꿈이고, 심상정의 소망사항"이라고 했다. 또 "안 후보가 10년간 계속 외친 새정치, 심 후보가 외치는 정치개혁의 꿈, 저와 다르지 않다"며 교집합을 찾는 데 주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주한독일상공회의소와 주한프랑스상공회의소 공동 주최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인들과의 대화에 참석해 기조연설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후보는 'RE100' 등 지난 TV토론 과정에서 드러났던 정치신인의 한계를 벗는 데 주력하는 한편 이 후보를 향해서는 대장동 의혹과 부인의 공무원 갑질 논란 등으로 매서운 공세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장동 의혹이 부동산 폭등으로 성난 수도권 민심과 결합된 점에 주목, 서울 등 수도권에서의 승기를 굳히기 위해 집중적으로 파고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대장동 사태가 이재명 성남시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한편 이 후보의 반복된 말바꾸기 등을 집중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론, 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친중·친북 굴종으로 규정하면서 강력한 한미동맹의 재건을 강조해 불안해진 안보심리를 자극할 수도 있다. 동시에 부동산 등 정부의 각종 정책이 실패한 점을 강조하면서 심판을 통한 정권교체를 내세운다. 다만, 안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과 이후 벌어진 진실 및 책임 공방으로 인한 감정적 앙금 등은 윤 후보에게 부담이다.
안철수, 심상정 후보는 양강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혹이 없다는 점에서 한결 부담이 덜하다. 다만 안 후보는 단일화를 두고 계속해서 뒤바뀐 입장과 대안으로서의 부재, 심 후보는 당의 존립 기반이 흔들린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일단 안 후보는 의사와 CEO 등 전문성을 살려 자신의 주된 공약인 과학강국 실현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며, 심 후보는 노동계와 사회적 양극화, 불평등에 주목하며 진보정당 주자의 기치를 내세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네거티브전으로 갈 것이 아니라 앞으로 5년 대통령의 미래·비전·정책에 방점을 찍는 토론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고, 정의당 관계자도 “내일도 대장동 보따리가 터질 것 같은데, 사회분야 토론회는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토론하는 만큼 거기에 집중해서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병원 앞에서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