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D-7 긴급진단)전문가 21인 "승패 예측할 수 없는 초박빙"

10명 "예측 불가" 속 5명 '이재명', 5명 '윤석열' 승리…1명 "판단 유보"
서울·2030 표심도 10명 '박빙 전망'…자영업자 여론에 10명 '이재명 우세'
야권 단일화 결렬시 15명 '이재명 이득'…TV토론 잘한 후보 심상정·이재명 순

입력 : 2022-03-02 오전 6:00:00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두 번째 TV 토론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고은하·유근윤·이승재·전연주 인턴] 20대 대통령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각종 여론조사 지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혼전' 그 자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을 이어가면서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누구도 섣부른 전망을 내놓기 어렵게 됐다. 전문가들 또한 쉽게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설문에 응한 21명 중 10명이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초박빙의 승부를 예상했다.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서울'과 '2030' 표심에 대해서도 절반 가까이가 접전을 전망했다. 다만, 자영업자 표심에 대해서는 이재명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뉴스토마토>가 지난달 28일과 이달 1일, 이틀에 걸쳐 대학교수와 정치평론가, 여론조사 전문가 등 21명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가운데 10명은 대선 최종 승자에 대해 "예측 불가능하다"며 "초박빙 판세"라고 답했다. 심지어 최종 당선될 것으로 예상한 인물에 대해서도 이 후보와 윤 후보를 꼽은 전문가들이 각각 5명으로 같았다. 1명은 판단을 유보했다.
 
이들 대부분은 현재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막판까지 혼전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며 "심지어 (지난달 28일 공개된)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조사 같은 경우에는 ARS(자동응답방식) 여론조사와 전화면접 여론조사가 각기 우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접전"이라고 말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한 전문가들은 최근 이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후보는 지지율 추이가 상승세로 뚜렷하고, 윤 후보의 경우 지지율 정체 또는 하락세에 있다는 진단이다. 반면 윤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50%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윤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선 막판 정권교체 여론이 윤 후보 쪽으로 표 결집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JM은 강남스타일!' 선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과 2030세대의 최종 표심에 대해서도 전문가 21명 중 절반 가까이가 박빙 승부를 예측했다. 서울 표심의 경우, 전문가 21명 가운데 10명은 접전을 예측했고, 8명은 윤석열 후보의 승리, 3명은 이재명 후보의 승리를 전망했다.
 
접전 승부를 예상한 전문가들은 그동안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이 후보가 고전하고 있었지만 최근 집값 하향세와 서울 내 2030세대, 중도층의 결집으로 인해 접전 구도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 후보의 승리를 예측한 전문가들도 이유는 비슷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기존에는 (서울 내)2030세대와 여성들이 윤 후보를 지지했는데, 최근에는 이 후보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 후보의 '평화기조'와 '통합기조'가 막판에 통하면서 서울에서도 젊은층과 여성표가 이 후보 쪽으로 넘어간다면 근소하게 앞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 후보의 승리를 전망한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불었던 정부 심판 여론이 이번 대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전히 정권교체론이 대세이고,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의 연장선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부동산 문제가 크다"며 "수도권이 현재 보수화됐다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달 26일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백화점 앞에서 유세를 열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30세대의 최종 표심에 대해서도 전문가 21명 중 10명이 접전 승부를 예측했다. 윤석열 후보의 우세를 전망한 전문가는 6명, 이재명 후보가 앞설 것이라고 내다본 전문가는 4명이었다. 1명은 답변을 유보했다.
 
2030세대 표심에서 박빙 승부를 전망한 전문가들은 여성 표심을 변수로 들었다. 지금까지 대선을 관망하거나,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여성 표심이 이 후보로 결집하면서 윤석열 후보와 비등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20대의 경우 윤 후보가 앞설 것으로 예상하지만, 반대로 30대에서는 이 후보가 우세해 결국 두 후보에 대한 2030세대 여론이 비슷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2030세대에서 이 후보의 승리를 전망한 전문가들도 여성 표심과 30대 표 결집을 이유로 들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은 윤 후보가 압도할 것"이라며 "다만 30대 남성은 양쪽이 팽팽한 상황. 2030세대 여성은 윤 후보가 '적폐수사' 발언한 이후 이 후보 쪽으로 결집되는 현상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2030세대 표심에서 윤 후보의 우위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현 정부의 행보가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젋은층에 깊게 자리하고 있고, 집값 상승에 따른 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세대라는 점에서 윤 후보의 우세를 예상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2030세대는 '조국 사태' 이후에 현 정권에 대한 불공정, 부정의 비상식에 대해 분노했던 층이고 부동산 문제에 대한 피해를 가장 극명하게 받는 세대"이라며 "졸업하고 직장을 잡아도 내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다는 좌절감, 그 좌절감 때문에 분노 투표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대선의 또 다른 승부처인 자영업자의 표심에 대해서는 전문가 21명 중 10명이 이재명 후보의 우세로 봤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16.9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통과시켰던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김창남 전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장은 "최근 추경이 통과되면서 자영업자들에게 지원금이 들어갔는데 이게 영향을 줄 것"이라며 "그 전에 현 정부의 실수가 무마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영업자 표심에서 박빙 구도를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8명이나 됐다. 당초 윤석열 후보가 현 정부에 대한 자영업자의 분노로 표심에서 우위에 있었지만, 민주당의 추경안 통과로 접전 양상으로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또 자영업자들의 경우 연령대와 사업 규모, 분야별로 지지 후보에 대한 복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승부 예측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자영업자 표심에서 윤 후보의 우세를 전망한 전문가들은 총 3명이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등 피해를 봤기 때문에 정권을 바꾸려고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두 번째 TV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야권 단일화 결렬의 책임을 두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단일화가 최종적으로 무산된다면 이재명 후보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단일화 결렬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묻는 질문에 전문가 21명 중 15명이 이 후보를 지목했다. 야권 단일화가 안 될 경우, 정권교체 여론이 분산된다는 점에서 이 후보에게 좀 더 득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야권 단일화 결렬되면 정권교체의 에너지가 완화될 것"이라며 "아무래도 윤석열 후보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봉신 조원씨앤아이 부사장은 "안철수 후보의 지자들이 일방적으로 윤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보기는 쉽지 않지만 컨벤션 효과로 따지면 윤석열 후보가 자기 기회를 잃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단일화 결렬 과정에서 양측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중도층 표심이 윤 후보가 아닌 이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윤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중도층 표심이 안 후보로 옮겨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자구도상 표가 분산된다는 점에서 어떤 예측이든 이 후보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반대로 야권 후보 단일화 결렬이 어느 후보의 유불리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대선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전문가들도 5명 있었다. 윤태곤 실장은 "안 후보의 지지층이 복잡한 만큼, 정권교체를 원하는 지지층은 윤 후보에게 갈 것이고, 단순히 윤 후보가 싫어서 안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층은 이 후보에게 갈 것"이라며 단일화 결렬에 따른 영향 분석이 쉽지 않다고 봤다. 또 단일화 무산이 윤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예측한 전문가도 1명으로 집계됐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역 광장 집중 유세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까지 대선 후보들이 지상파3사 주관 TV토론회와 한국기자협회 주관 TV토론회, 중앙선관위 주관 첫 법정TV 토론회 등 총 네 차례 토론을 가진 가운데, TV토론을 가장 잘한 후보로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꼽혔다. 전문가 21명 중 7명이 심 후보를 선택했다. 한국기자협회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사회자로 직접 참여한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심상정 후보에 대해 "현안도 확실하게 숙지가 되었고 적절한 질문과 답변을 통해 진짜 토론다운 토론을 했다"고 평가했다. 심 후보에 이어 적지 않은 차이로 6명이 이재명 후보를 지목했다. 안철수 후보를 꼽은 전문가는 3명, 윤석열 후보를 선택한 전문가는 1명이었다. "잘 한 후보가 없다"며 답변을 하지 않은 전문가는 4명이었다.
 
대선 최종일까지 남은 변수로는 후보들의 실언을 가장 많이 주목했다. 이어 여야 진영을 통틀어 단일화 성사 여부를 변수로 내다봤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단일화에 따른 지지율 상승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따른 여론의 변화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세대별 투표율과 코로나19 방역 상황 등을 대선 막판까지 남아있는 변수로 꼽았다.
 
<뉴스토마토>는 지난달 28일 21명의 정치 전문가들에게 대선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는 고성국 정치평론가, 김능구 e윈컴 대표,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김봉신 조원씨앤아이 부사장, 김창남 전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장,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상병 정치평론가, 박상철 경기대 정책대학원 교수,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 이종훈 정치평론가,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황태순 정치평론가 등이 참여했다. (이름 가나다 순)
 
박주용 기자, 고은하·유근윤·이승재·전연주 인턴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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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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