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출원한 상표.(사진=특허정보넷 키프리스)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농심(004370)이 '신볶게티'라는 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업계에 모디슈머(스스로 재료를 조합해 레시피를 만들어 먹는 소비자) 마케팅이 활발한 가운데 라면 시장내 입지를 다지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보인다.
2일 특허청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 1월13일 신볶게티 상표를 출원했고 현재 심사대기 상태다. 일반적으로 상표권은 심사·출원, 공고, 등록의 과정을 거치는데, 심사대기는 상표출원서가 인정요건을 갖춰 특허청에 수리됐으나 아직 심사관 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농심은 신볶게티 출시 여부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신볶게티는 이미 유튜브, 블로그, SNS 등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라면이다. 농심의 '신라면 볶으면'과 '짜파게티'를 섞어 조리한 것.
최근 식품업계에서 모디슈머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 만큼 농심의 신볶게티 상표 출원은 상표권 선점과 동시에 제품 출시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서영호 아트만 특허법률사무소 대표는 "사실상 제품 출시를 위해 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농심이 애초에 관련 레시피를 개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기존 제품과 관련성이 있고, 출시 계획을 염두했을 점을 보아 특허청으로부터 상표를 등록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만약 농심이 신볶게티를 출시할 경우 모디슈머 마케팅으로 재미를 볼 지 주목된다. 모디슈머는 '수정하다'란 뜻의 영어단어 '모디파이(modify)'와 소비자(consumer)를 뜻한다. 소비자들이 기호에 맞게 조리법을 바꿔 새로운 음식을 만들고 이를 SNS, 유튜브 등에 공유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농심의 카구리 큰사발면(사진=뉴시스)
농심의 '짜파구리(너구리+짜파게티)'가 대표적인 모디슈머 원조격으로 통한다. 농심은 짜파구리가 방송 예능프로그램과 영화 '기생충' 등에 등장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2020년 '오리지널 짜파구리 큰사발', '앵그리 짜파구리 큰사발'을 출시한 바 있다.
모디슈머 마케팅에 힘입어 지난해는 '카구리 큰사발면'도 선보였다. 너구리에 카레를 넣어 먹는 레시피로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국물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출시 한달 만에 230만개 이상 팔리며 모디슈머 열풍을 이어가는데 일조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올해 출원한 상표는 심사 후 등록까지 짧게는 12개월에서 길게는 14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출원한 상표권은 기본적으로 유사 상품에 동일한 상표가 있는지 심사한다"고 설명했다.
신볶게티 상표 출원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제품 출시와 관계없이 상표 선점 차원에서 상표를 출원한 것"이라며 "신볶게티 출시 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