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005380)그룹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도 러시아 현지 공장을 정상 운영하기로 했다. '탈 러시아'를 외치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는 반대 행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오는 5일까지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여성의 날 연휴인 6~8일 이후 9일부터 차량 생산을 재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한 공장 중단과는 "무관하다"고 언급했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자동차 시장을 핵심 거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한 후 병합했을 때,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후 러시아 자동차 판매는 2014년, 2015년 각각 10%, 36% 감소했다. 같은기간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법인들의 합산 매출액은 각각 15%, 34% 감소했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았다. 당시 정몽구 회장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방문해 "어려움이 있더라도 러시아 시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며 "시장이 회복됐을 때 우리 브랜드가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상품과 마케팅 전략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이후 러시아 매출액은 회복되기 시작해 2018년부터 2013년 수준을 상회하기 시작했다.
그간 투자의 결실을 맺은듯 현재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연간 20만대를 생산 중이다. 현대차·기아가 러시아 시장에서 지난해 약 37만8000대를 판매해 '르노·닛산'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전체 판매량 중 약 5.8%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문가들도 현대차그룹이 러시아 시장을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나라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현대차가 유럽 시장의 매출이 확실하게 늘었다.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유럽에 본거지를 두는게 상당히 유리하다"며 "(유럽의 경우) 자기 영역 내에서 생산에 부품에 70% 이상을 차지해야만 관세를 면제하는 조건을 충족 시키기 위해서 러시아 시장을 포기 못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자동차 공장의 운영이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일시 중단된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이 지난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다수 글로벌 완성차 업계들이 '탈 러시아' 선언을 하면서 현대차그룹과 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러시아에 경제 제재 수위를 끌어 올리고 있다.
현재 볼보, 르노,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행위 발발 직후 러시아에 자동차 공급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볼보와 GM은 러시아로 자동차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고, 다임러 트럭 홀딩스는 러시아 합작 기업과 제휴를 끊고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러시아 내 3개 자동차 공장의 지분 50%를 보유한 포드 역시 별도의 공지가 있을 때까지 러시아 영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