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된 새로운 자료가 연일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의 일부,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의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의 일부 등이다. 국민의힘 측이 지난달 28일 대장동 사업 관련 문건 보따리도 일부 공개했다.
해당 자료들은 검찰이 확보해 검토 중이거나 검토를 완료한 자료다. 녹취록에 언급될 뿐, 화자로 직접 등장하지 않는 이들의 사실 관계 확인도 필요하다.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 또다시 '눈치 보기' 수사를 하면서 대선판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진=뉴시스)
여야는 이런 자료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일부 발췌해 이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도 생겼다. 녹취록에서 '그 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은 의혹 해소를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의 등기부 등본까지 공개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이미 검찰 조사에서 관계없음이 밝혀졌는데, 50억 클럽의 자금운반책으로 뒤늦게 거론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검찰은 수사 자료가 정쟁에 이용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검찰은 2일 대장동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준철)에 "관리 주체가 의도치 않게 유출이 돼서 재판의 공정성이나 신뢰성 인식에 타격을 주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높으니 점검해달라"고 요청했다.
법조계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검찰의 '눈치 보기' 수사 관행이 반복되면서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이 의혹을 핵심부터 신속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5개월 넘게 끌어오면서 수사 상황이 정쟁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중견 법조인은 현 상황은 지난 2007년 BBK 주가 조작 및 다스 의혹 때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관련 사건을 맡았지만,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선 직전 무혐의 처분하며 수사가 종료됐다. 10년이 흐르고 정권이 바뀐 2017년이 돼서야 재수사 끝에 이 전 대통령은 유죄 판결받았다.
검찰 출신인 다른 변호사는 "보통 대선 후보와 관련된 사건들은 선거가 지나고 나서 결론이 난다. 검찰 수사가 권력을 잡은 자들이 권력을 잡지 못한 자들은 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며 "검찰 인사에 대한 구도 자체가 잘못돼 있는데 어떻게 권력을 세게 수사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